UR협상 계기 세계 8대 신품종 보유국 도약
정부, K-seed 통합 브랜드 론칭해 해외 홍보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해 팜유 원유, 알비디(RBD) 팜유, 알비디 팜올레인 등 수출을 금지했다. 같은 해 5월 47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인도는 밀 수확량 급감을 우려해 국경 문을 걸어 잠그고 자국 식량 보호에 나섰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국제 곡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자국 식량 보호에 나서는 등 '식량 안보'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4.4%(2021년 기준)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종자 경쟁력을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은 식량 안보의 '실탄'인 우리나라 종자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K-seed' 브랜드를 키우는 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종자 시장, 세계 1.4% 그쳐…소규모 업체가 89.4%
세계 종자 선진국을 보면 미국은 26.7%에 달하는 120억 달러(2017년 기준)의 종자를 판매하며 세계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2019년 19억6800만 달러에 달하는 종자를 판매하는 등 지난 10년간 평균 6.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계 12위인 일본은 2020년 기준 6억7000만 달러(17%) 규모의 종자를 세계 시장에 팔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큰 종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배추, 양파, 양상추, 시금치, 감자 등 채소 종자는 전체 수출액의 67%(4억5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세계 4위로 우뚝 섰다.
반면 국내 종자 시장(민간)은 2015~2020년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세계 종자 시장의 1.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벼·보리 등 식량(100%)과 양배추·잎상추·파 등 채소류(90.1%)의 자급률은 높지만, 포도·배·감귤 등 과수(17.9%)와 장미·국화·난 등 화훼(46.3%) 자급률은 낮아 매년 1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종자 시장은 5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시장의 89.4%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해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571만 달러로 전년보다 8.5%(-520만 달러) 감소했다.
FTA를 기회로…종자산업 보호하고, 수출은 늘리고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전 대(對) 개방농정 시대를 연 건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었다. UR 협상에 따라 1995년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이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품종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1월에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가입으로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농가가 우수품종을 육성할 의욕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우량종자의 보급을 촉진해 종자산업 발전과 생산성 및 농업인 소득 증가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또 국내외 우수품종을 육종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우량 형질의 유전자원도 확보했다.
이는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식물 신품종보호제도 운영과 국가 차원의 육종 기반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중국·미국·네덜란드·일본·우크라이나·러시아에 이어 세계 8대 신품종 보유국으로 도약했다.
개인 육종가의 품종 육성 사례도 늘었다. 왕산종묘는 씨감자 종자 국산화에 앞장서며 2017년 단오, 2019년 백작, 2021년 왕산 등 신품종 3개를 개발했다. 왕산종묘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9억3000만원에서 2021년 14억1000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딥퍼플(에콰도르·콜롬비아), 레드크라운(멕시코), 딥실버(유럽연합·콜롬비아·에콰도르), 레드드래곤(유럽연합), 바운티웨이(에콰도르) 등을 신품종으로 등록해 2009~2021년 해외로부터 29억원의 로열티를 받았다. 이 농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파크콘도르(유럽연합·에콰도르·콜롬비아)와 벤투로소(유럽연합·에콰도르·콜롬비아)도 해외 품종보호 등록을 추진 중이다.
메가 FTA로 수출로 또 한 번 도약…문화·음식에 종자도 K-브랜드화
이와 관련해 국립종자원은 ▲국내 종자산업 육성지원 ▲종자 수출 활성화 지원 ▲건전한 종자 유통 기반 확립 등으로 민간 종자 업계 역량을 높이고 해외 시장 분석 지원 등으로 세계 종자 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수출 품목과 시장 다양화를 위해 해외 종자 시장 동향을 조사하고 K-Seed 통합 브랜드를 론칭해 해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수출 육성팀을 신설해 종자 수출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식량 산업 부분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보급종 공급률을 60%까지 높이고 고품질 종자 공급 및 민간 식량 종자 업체 지원 강화 등 식량 종자 생산 공급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생산단계별 종자 품질을 강화하고 고품질 종자로 주력 품종을 교체하는 방안이다. 반면 2021년 기준 11%인 외래품종의 보급종은 2024년까지 5%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가루 쌀 종자 공급도 추진한다.
김기훈 국립종자원 원장은 "국내 시장의 한계에 도달한 우리나라 종자 시장을 글로벌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 소규모 업체들의 종자 산업 육성을 지원해 규모를 키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Seed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 론칭하고 우리나라 종자를 세계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시장 조사, 육종 전문인력 양성 등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육종을 위한 씨드밸리(Seed Valley) 조성, 디지털 육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