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대면 개학…학교들 '학폭 주의보' 대책마련 분주

기사등록 2023/03/03 05:00:00

전날 입학·개학식…다수 초중고 훈화·교육 진행

신종 SNS 경계…"담임 없는 단톡방, 생성 말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한 중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3.03.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한 중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023.03.0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학폭(학교폭력)으로 인해 운동선수도 좋아하는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 배우도 활동을 못하고 정치인들도 자녀에게 영향을 받는다. '어렸을 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철 없는 장난'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한 공립 중학교 교장이 학생들에게 했다고 밝힌 훈화의 일부 내용이다.

전날 4년만의 대면 개학식과 입학식을 진행한 전국 초·중·고교가 일상 회복을 맞이하는 기쁨도 잠시 '학교폭력 주의보'를 발령한 분위기다. 학부모 집체 교육을 강화해 준비하거나 학생들만 모인 단체 채팅방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곳이 나온다.

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초·중·고 현장에서는 신학기를 맞아 예년에도 진행해 왔던 학교폭력 관련 학생 교육과 학부모 연수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학교가 나온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는 오는 6~9일 나흘에 걸쳐 입학한 1학년 4개 학급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을 주제로 학부모 연수를 한다. 10일에는 2학년 전체, 그 다음주(오는 13일 이후)에는 3~6학년 학부모 총회를 열고 연수를 할 계획이다.

그간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해 왔던 연수를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하는 한편, 신입생의 경우 학교장이 직접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대처법 등을 학부모에게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 학교 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도 10건의 학교폭력 사안이 있었다"며 "두루뭉실하게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피해 가정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대면 연수를 통해 궁금한 점을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최근 정 변호사 사건으로 학생부 속 조치사항 기재 기간을 늘리는 데 대해 "(국제중과 같은) 특수중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은 민감해 한다"며 "이미 그런 점에 대해 묻는 학부모 전화가 1~2건 왔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드라마 '더 글로리' 중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3.03.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드라마 '더 글로리' 중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3.03.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서초구의 한 공립 중학교 교장은 시업식 훈화에서 교장이 직접 드라마 '더 글로리'나 논란이 된 사건을 소개했고, 담임 교사가 없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 쓰지 말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중학교 교장은 "학급 단체 대화방에 담임이 없다면 교사에게 이야기하고 그 방을 없애도록 하고 있다"며 "3년 동안 학교폭력 통계가 말해주듯 사이버 폭력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 교장은 최근 ‘에스크(Asked 익명질문)’ 등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신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학교폭력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해 학생이) 누구인지 심증은 가는데 수사를 해도 못 찾을 때가 있다"며 "원천 차단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맞벌이 가정에서 학생들이 하교 후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조차 막을 수는 없어 학교가 고민 중이라 전했다.

서울 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교장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교육을 많이 한다"며 "처음에는 친한 아이들끼리 (단톡방) 시작을 했다가 거기서 뭔가 변질이 돼 (학교폭력 사안이) 일어나는 것이라 실질적 제어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사이버 폭력에 보다 민감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은 35.6%에서 41.7%, 사이버폭력은 8.6%에서 9.8%로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학교가 있는 반면, 혹여나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우회적으로 학교폭력에 주의를 당부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는 "입학식 석상에 학부모가 참석한 상황에서 '학교폭력은 본인들의 미래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했고, '타인을 존중했을 때 꿈이 이뤄지는 것이 보다 가치 있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설명했다"며 "대입에도 학교폭력을 반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학생들도 이 점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2019년 대비 피해 응답률은 1.6%에서 1.1%로 감소했다. 하지만 언어폭력은 같은 기간 35.6%에서 41.7%, 사이버폭력은 8.6%에서 9.8%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학교 밖 폭력을 겪었다는 응답 비중은 2019년 24.3%에서 40.6%로 크게 늘어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2019년 대비 피해 응답률은 1.6%에서 1.1%로 감소했다. 하지만 언어폭력은 같은 기간 35.6%에서 41.7%, 사이버폭력은 8.6%에서 9.8%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학교 밖 폭력을 겪었다는 응답 비중은 2019년 24.3%에서 40.6%로 크게 늘어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최 교사는 "교원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이 알게 모르게 위축돼 있고,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교권을 진작해 선생님들이 소신껏 학생들 사이의 문제에 대해 개입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교육부에 학교폭력 근절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그간의 학교폭력 대응책을 원점 재검토해 이달 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책에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 입시 정시에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하는 방안 역시 포함해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4년만의 대면 개학…학교들 '학폭 주의보' 대책마련 분주

기사등록 2023/03/03 05: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