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7년 장사했지만 제일 힘들어"…개강에도 대학가 상인들 '울상'

기사등록 2023/03/02 16:49:04

최종수정 2023/03/02 17:13:33

오이 4만원→7만원, 애호박 1만2천원→4만원 껑충

가스비 20만원→40만원…고물가에 개강 특수 옛말

"개강에 손님 많긴 하지만 물가 너무 올라 힘들어"

거리엔 학생 많지만…"식비 줄이려 집에서 해먹어"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2일 개강을 맞이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정문 앞 상권에 임대를 기다리는 공실이 있다. 2023.03.02.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2일 개강을 맞이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정문 앞 상권에 임대를 기다리는 공실이 있다. 2023.03.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개강한 2일 용산구 숙명여대 앞 김밥집에는 점심시간임에도 테이블 10개 중 3개에만 손님이 앉아있었다. 익숙한 듯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직원들은 개강 첫날인데 손님이 늘었냐고 묻자 "그런 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27년 동안 김밥집을 운영했다는 최모씨는 "개강을 해서 좀 낫긴 하겠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27년 중 제일 힘들다"며 "김밥에 빠질 수 없는 야채값이 제일 부담이다. 오이 한 박스에 4만원 하던 게 7만원, 애호박 1만2000원 하던 게 4만원이다. 가스비도 20만원 내다가 지난달 40만원을 냈다"고 토로했다.

이날 개강을 맞이한 숙명여대 정문 앞 청파로47길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인도가 가득 차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도로로 내려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스타벅스 등 프렌차이즈 카페에도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이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숙대 일대를 지켜온 상인들은 개강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고물가와 임대로 인상 등으로 유지 비용이 높아진 탓이다.

7년 동안 숙대 앞에서 컵밥집을 운영했다는 김승근(41)씨는 "참치마요에 들어가는 참치캔이 대용량 1.88㎏ 한 캔에 1만4000원 하던 게 2만1000원이 됐다. 부추도 한 단에 1000원 하던 게 지금은 6000원이다. 재료비가 전체적으로 최소 15~20%는 올랐다"며 "물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상현(36)씨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자 과거 아르바이트를 했던 제과점을 지난해 인수했다. 하지만 인근에 카페가 2개나 입점했고, 숙대 내부에 스타벅스가 들어서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은 떨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매출은 안 오르는데 임대료는 10%나 올라서 300만원 수준"이라면서 "전기료는 보통 150만원 나왔는데, 이번에 오르면 200만원은 나올 거 같다. 직원 2명과 함께 일하다 지금은 혼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고물가가 지속되다 보니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2일 개강을 맞이한 서울 용산구 숙대 정문. 2023.03.02.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2일 개강을 맞이한 서울 용산구 숙대 정문. 2023.03.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19년 숙대에 입학했다는 이모(23)씨는 "밥이든 커피든 전체적으로 1000원, 2000원씩 오른 것이 체감된다"며 "월세도 올라 힘든데 식비라도 줄이려고 하루 한 끼는 자취방에서 직접 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단체로 만나는 술자리를 줄이고 '혼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났 점도 일대 상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숙대 소비자경제학과 4학년 최혜원(24)씨는 "코로나 전에는 식사를 대부분 식당에서 친구들과 해결하는 편이었는데, 포장해서 집에서 먹는 게 습관이 됐고 더 편하기도 해서 계속 그렇게 생활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이나(24)씨도 "코로나19 심할 때부터 단체로 모이지 않고 포장해서 먹는 등 조심하다 보니 이젠 집에서 혼자 먹는 게 편하다"고 했다.

한편 고물가에도 노마스크 대면 강의가 3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상권의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상인도 있었다.

숙대 앞에서 5년 동안 닭꼬치 집을 운영한 최경수(36)씨는 "지난 5년 동안 3년이 코로나였는데, 죽는 줄 알았다. 가족들도 장사할 바에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오늘만 봐도 유동 인구가 3배는 늘어난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개강해도 사람이 거리에 없었는데, 이젠 진짜 코로나가 끝난 거 같다. 앞으로 상권이 더 살아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10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다는 사장 A씨도 "아직 체감은 못 하고 있지만, 개강 시즌이라 저번 주부터 거리에 사람이 많아졌다. 다시 손님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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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7년 장사했지만 제일 힘들어"…개강에도 대학가 상인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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