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로 세계적 인기
이질적 분위기 뒤섞인 짧은 영상에 젊은층 열광
'제로투댄스' '먹방' 등 인터넷 밈도 소재로 활용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한 소년이 불타는 성에 들어가 의식을 잃은 소녀를 안고 나온다. 성문 밖에는 소녀의 가족을 마녀사냥 하려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소년은 소녀를 지키고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숨을 거둔다. 하지만 소년의 잘린 손 한 쪽은 계속 소녀의 곁에 남는다.
슬프면서도 기괴한 이 이야기는 유튜버 '계향쓰'(GH'S)가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속 캐릭터 '씽(thing)'의 탄생 배경을 상상해 만든 애니메이션의 일부다.
씽은 주인공 웬즈데이를 따라다니며 조력자 역할을 하는 손 모양 캐릭터다. 시청자들에게 친숙하지만 드라마 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는 알려져 있지는 않다. 계향쓰는 이런 게임이나 드라마 속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들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크리에이터다. 주로 파피 플레이타임, 레인보우 프랜즈, 웬즈데이 등 공포물을 소재로 한 2차 창작물을 만든다.
파피 플레이타임 캐릭터 '허기워기(Huggy Wuggy)'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는 괴물이 아니야' 1편 영상은 1억2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허기워기가 사실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인형이었고, 가족에게 버림을 받은 뒤 괴물로 변신했다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사람을 해치는 존재가 된 뒤에도 과거를 떠올리며 내적 갈등을 겪는 감정 묘사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차 창작물은 원작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친숙하게 즐기기는 어려운 콘텐츠다. 게다가 계향쓰의 애니메이션은 슬픔, 기괴함, 잔인함 등 이질적인 분위기가 뒤섞여 있다. 스토리라인은 1~2분 내에 빠르게 전개된다. 기성 세대는 이들의 콘텐츠를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는 계향쓰의 영상에 열광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즐기고, 2차 창작이라는 대중 문화에도 익숙한 세대다. '숏폼' 영상을 선호하는 젋은층에게는 노래 한 곡에 맞춰 빠르게 진행되는 계향쓰의 영상은 오히려 큰 매력으로 다가간다.
대사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계향쓰의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자의 대부분은 미국, 인도, 영국 등 해외에 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에 시청자층이 몰려 있는 크리에이터들 보다 조회수가 훨씬 많다. 유튜브 데이터 분석 업체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계향쓰 채널의 영상당 평균 조회수는 850만회에 달한다.
영상에는 젊은층을 즐겁게 만드는 유쾌함도 녹아 있다. 계향쓰는 공포물을 주로 다루지만 캐릭터들의 일상을 재치 있게 풀어낸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제로 투 댄스'나 '먹방' 등 인터넷 밈(meme·유행 콘텐츠)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영상 속 음악의 박자감과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조화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다.
계향쓰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세대가 알파세대와 Z세대다. 우리 채널의 주 시청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콘텐츠로 활용하는 소재는 주로 전세계의 알파세대가 가장 즐겨 하는 게임이다. 해당 세대를 타깃으로 제작한 게임의 경우 언어의 장벽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리 채널 영상 또한 언어가 없지만 애니메이션만 시청해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어 해외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알파세대는 게임 그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게임을 활용한 2차창작물에 더 큰 재미를 느낀다. 우리 채널에서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가 현실에선 어떤 모습일지 또는 실제로 게임에는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듯 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 살고 있든 계향쓰 채널 안에서는 국경 없이 콘텐츠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계향쓰는 지난 2020년 9월 첫 영상을 올린 뒤 2년5개월여 만에 83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버로 성장했다. 짧은 시간 안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끊임 없는 연구와 변화였다.
처음에는 온라인 상에서 많은 밈을 만들어 내고 있던 '어몽어스' 게임을 이용해 2차 창작물을 만들었다. 어몽어스 캐릭터가 책상을 치며 비트를 만들어내다 갑자기 총을 쏘는 6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 39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계향쓰는 이후 수십편의 후속작을 만들어내며 어몽어스 밈을 선도했다.
다음에는 애니메이션 먹방 콘텐츠를 선보였다. 게임 캐릭터들이 불닭볶음면, 떡볶이, 피자 등의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방을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듬게임 '프라이데이 나이트 펑킨'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먹방 애니메이션은 605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계향쓰를 만든 두 사람(계향쓰와 PP)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다. 당연히 초기에는 품질보다는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전문가들을 영입해 스튜디오를 꾸리고 애니메이션의 품질을 높였다.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넘어 독창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공포 게임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 계향쓰는 2차 창작물 뿐만 아니라 순수 창작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계향쓰는 "유행하는 게임, 밈을 활용한 콘텐츠는 꾸준히 하고 싶다. 그와 함께 채널의 메인 캐릭터들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브랜딩을 하고 싶다. 또 우리 스튜디오만의 세계관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물도 제작해 게임 제작까지 할 수 있으면 하는 꿈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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