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블랙홀' 이재명…체포동의안 부결 뒤 '사퇴론' 고개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목전에 둔 민주당 내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뒤 대표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민생 정책들을 발표해도 이 대표 수사 상황에 희석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외교, 안보에서 잇단 실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대표 수사가 이슈 블랙홀이 돼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하고 있어서라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총의를 모았다.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무기명 투표의 당론 채택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일뿐 사실상 당론 채택과 다를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의원총회에서 '부결' 총의를 공언할 수 있던 것은 대표적인 비이재명계(비명계)인 설훈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설 의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반드시 부결돼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수도권 의원은 "설 의원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가결을 고민하던 사람도 부결로 기울지 않았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후 설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번에 당에서 압도적으로 부결시켜주면 이후에 이 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파악됐다. 이를 두고서 당내 해석이 분분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반이재명 기수인 설 의원마저 부결해야한다고 발표했는데 맥락이 대동단결해 무조건 부결시키자 하고 끝낸 게 아니고 그러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엔 부결을 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거론했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뒤 대표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 친명계인 7인회 소속 정성호 민주당 의원부터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총선을 4~6개월 앞두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이 대표를 신뢰한다는 신호를 줘야 이 대표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다같이 죽자고 할 사람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같은 사퇴론은 당내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이 대표가 당의 모든 이슈를 흡수하는 '이슈 블랙홀'이 돼버린 상황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한 호남권 의원은 "여기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민주당은 끝장이다. 혼란을 수습하기도 벅찰 것"이라면서도 "지지율이 오를 이유가 없다. 어떤 이슈도 끌고가지 못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이 대표 수사 상황에 묻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현재 당에 대한 불만은 이 대표의 이슈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민주당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 묻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내 경제위기대응센터 등을 통해 민생 이슈에 적극 대응하려 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등의 민생 법안 통과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수시로 민생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치개혁 이슈에도 전당대회 중인 국민의힘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대표 이슈가 '일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가린다는 주장이다.

이에 또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를 통해 당의 앞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며 "이 대표 뒤의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대표가 지지율 차원에서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차라리 '0'인 인물을 세우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강하게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본인에 대한 사퇴론에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일각의 사퇴론에 대해 "당이나 정치계에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하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가정적 상황에 대한 질문이라 지금 말하기엔 부적절하다"며 거리를 뒀다.

당 내엔 이 대표 사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비명계인 재선 의원은 "정당하고 압도적으로 선출된 대표가 스스로 결단하는 게 아니라 주변 압박에 끌어내려지는 상황이 되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가만히 있겠냐"며 "사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 대표의 선택지를 축소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 당내 큰 혼란이 와 엄청난 마이너스가 올 것"이라며 "일부 사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당내 분위기는 사퇴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말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맞는 대안까지 함께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이 대표 사퇴론을 일축했다.

친명계인 한 의원도 "총선이나 지지율에 불리할 것 같으니 무죄인 걸 알지만 잠시 물러나라고 하는 건 가치를 좇는 정치가 아니라 이득을 찾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본인 체제로 총선이 안 될 것 같으면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옆에서 사퇴를 언급하는 순간 당은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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