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정동길서 우크라인 50여명 집회
"부모님 동네 폭격 뉴스…불안하고 힘들어"
"한국도 러시아 경제제재 동참하길 바란다"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서울 도심에서 "한국인들도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반전 집회에 나섰다.
체한 우크라이나인 및 이들을 지지하는 한국인 50여명은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전쟁 중단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몸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두르거나 손에 국기를 든 채 '러시아군이 죽이고 훔쳤어요', '러시아는 민간인의 피를 마신다', '마우리폴의 민간인을 구해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함과 동시에 한국에게 적극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시20분께 가장 먼저 집회 장소에 도착한 올랴 쉐스타코바씨는 "전쟁이 길어지고 있어 슬프지만,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설에 나선 아나스타샤(23)씨는 "왜 러시아는 이런 끔찍한 대학살을 시작했을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라져야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다"며 "다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조국은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올가(26)씨는 한국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과 친오빠는 아직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한다. 그는 "매일 매시간 뉴스를 본다. 최근 우리 부모님이 계신 동네에 폭격이 있었다고 자주 나오는데, 전기와 인터넷이 없어 소통이 어렵다. 너무 불안하고 힘들다"며 "한국인들이 이 싸움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탈리아(26)씨는 지난 2018년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지만, 코로나19와 러시아 침공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무섭다. 가족들이 공군기가 많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한다"며 "빨리 전쟁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집회에는 한국인들도 참석해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는 김성용(28)씨는 "곧 1주년인 만큼 중요한 자리라서 나왔다. 러시아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런 평화 집회가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준(25)씨도 "전쟁 중에 일어나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 기부를 하다가 집회에 참석한 지 5주가 넘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서울 중구 서울시청을 향해 행진한 뒤, 다시 정동길로 돌아와 해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체한 우크라이나인들은 3일 뒤인 지난해 2월27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반전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