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시도 잇따라
발달장애인 가족 59.8%…극단적 선택 고민
"예산·인프라,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 필요"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발달장애 자녀 간호에 지쳐 어려움을 호소하다 비극적 선택을 하게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관련 사례가 되풀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2분께 강원 춘천 북산면 오항리 선착장 소양호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20대 아들과 50대 아버지가 물에 빠진 승용차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부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침수 가능성은 낮고, 극단선택이 의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달장애 가족을 돌보던 보호자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38년간 뇌병변 장애를 앓던 30대 딸이 대장암(말기)에 걸려 괴로워하자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후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성동구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여성이 6살 발달지체 아이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되풀이되는 비극을 두고 '예견된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적 지원이 극도로 부족하다보니 보호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는 진단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달장애인 가족 43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3%(1139명)는 하루 20시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실제 20시간 이상 지원서비스를 받는다고 답한 이들은 0.1%(4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돌봄 부담에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59.8%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유로는 평생 발달장애자녀(가족)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감(56.3%)이 가장 많았고, 지원 과정에서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31.1%)도 많았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발달장애 자녀와 동반자살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녀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 시스템 문제에 있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은 예견된 비극이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부족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급선무로 지목한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복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최우선 문제"라며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0.6%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02%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상당 수준 복지 예산도 늘고 여러 노력도 했지만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 인프라,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그 부모에 대한 심리 상담 체계도 부족한 편"이라며 "끔찍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도 "발달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하는 가장 슬픈 말이 죽는다면 자녀보다 하루 뒤에 죽고 싶다는 말"이라며 "발달 장애 가족의 슬픔과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 지원 및 주거 유지 서비스 인력 배치 등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역 사회에 발달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며 "지역 사회 자체가 조금 더 발달 장애인을 품어줄 수 있도록 바뀌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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