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한 유치원 교사에게 "일주일이나 쉬냐" 막말 학부모 '논란'

기사등록 2023/02/16 14:56:44

최종수정 2023/02/16 14:59:34

학부모, 맹장 수술 후 진료기록서 요구

"책임감 없이 임신때도 화났는데, 일주일 비우냐" 막말

[광주=뉴시스]  유치원.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해당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유치원.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해당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허서우 인턴 기자 = 8년 차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의 횡포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했다.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치원 교사, 학부모에 질려서 그만둡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8년 차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일, 동료 교사, 원장님 아이들이 너무 좋고 행복한데 학부모 횡포에 결국 떠나기로 했다"며 운을 뗐다.
 
A씨는 지난해 맹장 수술로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진료기록을 보내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받았다.

이어 다른 학부모는 부부싸움 후 술을 마시고 A씨에게 전화해 "아이가 집에 오면 선생님만 찾는다"며 "너무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횡포에도 A씨는 "아이들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부모님의 과도한 요구나 컴플레인도 일종의 사랑이겠거니 생각했다"라며 "별일 다 있었지만 '선생님~'하고 씩 웃는 아이들 모습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는 한 사건으로 인해 이제는 모든 게 다 싫어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얼마 전 정말 힘겹게 가진 7개월 아이를 유산했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뿐인데 (아기의) 심장이 안 뛴다고 (하더라). 저녁까지만 해도 잘 놀았는데 너무 갑작스러웠다"라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내 탓"이라고 슬퍼했다.

유치원 원장과, 동료 교사는 A씨에게 몸 추스르고 천천히 나오라고 배려했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힌 A씨는 수술 후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

앞서 수술 진료기록 요구한 학부모가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임신했을 때도 화났는데 수술한다고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냐"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어떻게 교실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앞에서 아무것도 못 했다"고 설명하며 "집에 와 남편을 보고 나니 와르르 무너졌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아직 몸도 마음도 회복되지 않아 학부모 이야기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일을) 못 하겠다"며 "학부모를 마주할 에너지도 용기도 없어졌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비수처럼 박힐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자책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맹장 수술한 진료기록을 학부모가 봐서 뭐 하게... 정말 무례한 학부모네요" "몸 잘 추스르시고 당장 그만두세요" "글을 읽는데  화나서 눈물이 난다"라는 등의 반응을 남기며 A씨를 위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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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한 유치원 교사에게 "일주일이나 쉬냐" 막말 학부모 '논란'

기사등록 2023/02/16 14:56:44 최초수정 2023/02/16 14: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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