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개미 울리는 이자장사 행태 "은행과 똑같네"

기사등록 2023/02/16 07:00:00

최종수정 2023/02/16 07:07:45

고객 수익률은 '광속 인하', 신용 이자율은 요지부동

증권판 '예대금리차 확대' 지적 불가피

실적 반토막에도…신용이자 수익은 견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시장 금리가 주춤하자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금리를 재빠르게 인하하고 있지만, '빚투(빚낸 주식 투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인상 추세다. 최근 은행들이 예금 금리는 빠르게, 대출 금리는 더디게 인하해 '이자 장사'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 역시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부터 90일 이상 구간에 대해 발행어음 금리를 인하했다. 1년물 상품은 4.50%에서 4.05%까지 하향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이다. 만기를 채우면 약속된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은행의 예금과 비슷하지만, 예금자 보호 상품은 아니다.

문제는 발행어음처럼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금리는 시장 금리를 반영해 빠르게 내려가는 반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오히려 인상 추세라는 점이다. 신용융자는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으로 증권사의 대출과 비슷하다. 단기 시장 금리를 나타내는 지표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해 고점 4.03%, 4.80%을 찍고 각각 3.48%, 4.18%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7일부터 1~7일 단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4.9%에서 5.9%로 인상하겠다고 안내했다. 또 DB금융투자는 15일부터, 유안타증권은 지난 13일부터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상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꾸준히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상해 높게는 10%가 넘는 곳도 있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처음으로 신용 이자율 인하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한투증권은 이미 지난주 발행어음 금리를 1%p 내린 바 있다. 증권사는 지난 10일부터 원화 퍼스트 발행어음의 금리를 181~270일물은 5.10%에서 4.10%로, 271~364일물과 365일물은 각각 4.20%와 4.30%까지 내렸다. 이달 28일부터 적용되는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폭은 0.4%p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지난 7일부터 종합자산관리계좌 머니마켓랩(CMA-MMW)의 개인 고객 금리를 일괄적으로 0.14%p 인하했다.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의 개인 고객 수신금리 가산이율 인하에 따른 변동"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공개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태도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한 이익 추구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됐던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는 즉각 올리면서도 고객 예탁금이나 파킹통장 격인 CMA·발행어음 수익률 인상에는 늑장 대응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부진에 큰 실적 타격을 받았지만, 신용공여이자 수익만큼은 견고하게 유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신용 이자 수익은 약 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은 시장 금리에 따라 바로 움직이지 않고 회사별로 정한 산식에 따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신용융자 금리 산정 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어떻게 매기는지, 거래 금액과 기간 등을 고려한 고객 등급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등을 투명하게 안내하도록 1분기 중 공시 화면 개선 및 서식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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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개미 울리는 이자장사 행태 "은행과 똑같네"

기사등록 2023/02/16 07:00:00 최초수정 2023/02/16 07: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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