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처한 오은영, '육아 대통령'의 사명감

기사등록 2023/02/15 09:09:35

숱한 방송출연 소신 "사회 돌려주고파"

ENA '오은영게임' 4~5년전 기획

놀이 프로젝트 지속 선보일 예정

"발달장애아 교육·마음 교과서 계획"

오은영
오은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58) 박사는 구설에 오르며 사명감이 더욱 커졌다. SBS TV 예능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2005)로 얼굴을 알렸고,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등을 통해 육아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방송에 출연했지만, 이미지도 많이 소모됐다. 최근 MBC TV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출연자가 7세 의붓딸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논란이 채 가라앉기 전 ENA '오은영 게임'을 선보여 오해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여러 논란을 씻고 가겠다'며 인터뷰를 자처한 까닭이다.

"마음고생을 좀 했다. 대중들이 다른 분은 몰라도 '오은영 선생님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건강이 나빠져 두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거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가끔 '오은영 선생님 말이 정답이에요?' '신이에요?'라고 하더라. 전문의 시각으로 진단하지만, 1부터 100까지 전문의로서만 표현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경험과 57년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손을 내미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말을 한다. 꼭 오은영 언어가 아니더라도, 본인들의 언어로 '저 정도는 나한테 도움이 되겠네'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오 박사는 숱한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데 소신이 있다. 무엇보다 방송의 순기능을 활용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나를 찾아오는 분들도 있지만, 시간·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의사로서) 32년간 해왔던 걸 하는 것"이라며 "방송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다. 재방송을 엄청 많이 한다"고 웃었다. "SBS TV '써클하우스'는 신년 특집으로 10회만 딱 했고, KBS 2TV '오케이오케이'는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직접 찾아 가서 만났다. 시청률 신경 쓰지 말고 KBS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은영 선생님은 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약간 속이 상한다"고 했다.

물론 '왜 오은영 박사는 아이만 (상담)하지?'라는 얘기도 듣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따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다시 딴 이유가 있다. "암 세포를 발견하고 좀 더 빠른 진단과 함께 의학적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마음을 보는 의사라고 하지 않느냐. 아이는 인간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난 부모와의 관계에서 조금 더 건강하고, 균형있게 크면 향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인간을 이해하는데 평생 함께 했다. 아이 발달을 좀 더 이해하고 공부하고 싶었다"며 "32년간 현장에서 수정란부터 시작해 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중년, 장년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긴 인생 속 어려움을 이해하고 치료했다. 약물·정신치료를 하고 개인·그룹·부부상담 등을 통해 진료했다. 모두 현장에서 해왔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은영 게임을 향한 애착도 남다르다. 오 박사는 아동발달 전문가와 유아 발달 검사를 개발, 나이·성별·성향이 다른 아이 100명에게 유형별 놀이를 추천하고 있다. MC 신동엽과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후 18년 만에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 24일 첫 선을 보인 후 2회까지 방송했는데, 시청률 0.3~0.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머물러 있다. "녹화할 때 가끔 신동엽씨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라고 잘못 얘기한다"면서 "오징어 게임 패러디냐고 하는데, 오은영 게임은 4~5년 전부터 준비한 놀이 프로젝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놀이 안에는 모든 육아가 담겨있다"며 "아이에 관한 이해를 놀이를 통해 관찰하고 부모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부모와 행복한 시간을 경험하고, 아이를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 위한 교육도 놀이 안에서 일어난다.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오은영 게임은 내 이름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몇 년 동안 애써서 만들었다.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더라.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너무 시청률 중심으로 가고 싶진 않다. 시청률이 높아도 여러 번 안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오은영 게임은 두고 두고 볼 것 같다. 아이를 안 가진 분이 부모가 되면 보고, 어른으로 확장해서 봐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시청률이 높아야 ENA에서 시즌2를 만들겠지'라는 마음은 있지만,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보고 도움을 받으면 행복할 것 같다."

오 박사는 놀이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놀이가 아이 발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거까지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며 "저학년까지는 '놀아 줘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놀 나이가 아니라고 하더라. 놀이를 생산적인 것의 반대로 인식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놀이는 인간이 발달하는데 가장 좋은 자극"이라며 "아이가 나가서 뛰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균형감을 배우고, 내 몸이 어디로 향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진흙, 모래 등을 만져보고 상대방 표정을 보고 질이 좋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와 놀이하는 게 즐겁다'는 걸 배워야 다른 사람과 만나도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히 유아기가 타격을 받았다. 예전에는 어디 보내고 밖에서 활동하며 묻히고 넘어갔지만, 집에 계속 붙어 있다 보니 아이를 양육하는데 너무 어려움을 겪더라. 외부 자극도 줄어들면서 발달에 문제가 생겨 '더 빨리 서둘러야겠다' 싶었다. 놀이의 중요성을 조금 더 편안하게 인식하길 바랐고, 양육 공포도 줄여주고 싶었다. 비용 부담없이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미래 희망인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하게 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은영 게임은 총 8회 분량으로 기획했다. 종방 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 의미있고 장대한 프로젝트"라며 "만 3~7세,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연령별로 수백 개 콘텐츠를 마련했다. 거의 마무리 단계다. 부모가 일상에서 적용해 아이의 고른 발달을 도와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다려주면 놀이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 동안 현장에서 아이를 진단하고 부모와 치료 방법을 의논했다. 흔히 말하는 '오은영 금쪽 처방' '오은영 매직 솔루션' 등은 대체로 놀이다. 부모와 함께 질이 좋은 상호작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 TV 프로그램 안에서도 부모가 노력하고 아이와 함께 놀이로 변화하는 걸 많은 시청자들이 봤다. 진료 현장에서도 놀이를 치료 방법으로 제시해 효과있는 걸 봤지만, 놀이를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만 적용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놀이가 가진 엄청난 힘을 알려주고 싶다."

오은영 게임에는 전 야구선수 이대호를 비롯해 배우 안재욱, 정준호·아나운서 이하정, 인교진·소이현, 그룹 'H.O.T' 문희준·'크레용팝' 출신 박소율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그 동안 오 박사가 함께한 프로그램은 주로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했다. 때문에 '오은영 게임은 왜 연예인 아이들만 나오느냐' '연예인 특권 아니냐'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관심있고 참여하고 싶다는 걸 느꼈다"며 "나도 직원이 있어서 다 무상으로 하긴 힘들지만, 누가 봐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사회에 많이 돌려주고,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연예인 자녀가 아닌, 비연예인 아이들과도 함께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청했다. "사실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만, 아이 교육도 다 시켜 놨고 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 한편으로 자본주의 사회니까 '조금 더 자본이 있으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지만, 돈을 못 버는 사람이 아니라서 괜찮다. 2018년 생사의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여력이 되는 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오 박사는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종합편성채널까지 섭렵한 상태다. ENA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로 채널 인지도를 높였지만, 아직까지 예능물은 자리 잡지 못해 한계도 느꼈을 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을까. "영유아 키우는 분들은 밤에 TV를 보기 쉽지 않다. 금쪽같은 내새끼와 금쪽상담소는 넷플릭스로 나가고 있지만, 금요일 밤에 방송해 어려움이 있다. OTT로 나가면 방송 시간 외에도 볼 수 있지 않느냐"면서 "오은영 게임은 단발적으로 인기를 얻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보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안 보면 사장 돼 OTT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책 17권을 냈고, TV는 물론 블로그·신문·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소통 중이다. 다음 달부터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오은영 선생님은 별걸 다 하네'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별걸 다 하고 있더라"면서 "이 나이까지 이 일을 하는 건 내가 받은 게 많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선생님, 사회, 국가 덕분이다. 정말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만이 아닌, 대중들과 많이 소통할 것"이라고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학교에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배우지 않느냐. 난 '마음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1부터 고1까지 매주 한 시간만 마음을 체계적으로 배우면 내 마음을 알고 타인의 마음도 이해하게 돼 조금은 사회가 따뜻해지지 않을까. '왜 오은영이 만드는 교과서를 해야 돼?'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시행하면 중간 단계가 많아 빨리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내 나름대로 아이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계획하고 있다. 내가 진짜 운동을 싫어하는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해 운동을 하려고 한다. 건강을 위해 뱃살부터 좀 빼야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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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처한 오은영, '육아 대통령'의 사명감

기사등록 2023/02/15 09:09: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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