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긴급구호대, 활동 셋째 날 6번째 생존자 구조 성공
60대 여성, 130시간 만에 잔해 밖으로…건강에 이상 없어
한국 구호대 발견 후 튀르키예 구조대 합류…합동 구조 완료
[안타키아=뉴시스] 이종희 기자 = "그냥 눈물이 났어요"
조인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구조대장은 11일(현지시간) 6번째 생존자를 구조한 뒤 기자와 만나 짧게 소감을 밝혔다.
지진 발생 후 72시간으로 알려진 골든타임도 훌쩍 넘긴 시간. 한국 긴급구호대는 지진 발생 후 약 130시간 만에 기적과 같은 생환 장면을 만들었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오후2시께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진 피해 현장에서 60대 여성 생존자를 구조했다.
60대 생존자는 오랜 시간 건물 아래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지내온 탓에 많이 수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구조 과정에서 대화를 나눌 만큼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 건물 잔해 밖으로 나온 생존자는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오전 8시께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기자와 만난 한 구조대원은 현장 상황에 대해 "어제 다른 나라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오늘 생존자를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의지는 곧 현실이 됐다.
오전 10시20분께 튀르키예 시민이 다가와 "저기서 소리가 난다"고 구조 요청을 했다. 지난 구조 경험을 통해 소리만으로 생존자가 존재한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확인에 나섰다.
소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우리 특전사가 현장으로 향했다. 신중하게 잔해 아래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뒤 "들린다"고 외쳤다. 그러자 소방대원이 즉시 투입돼 생존자 수색에 돌입했다.
건물 잔해를 헤쳐나간 지 1시간이 조금 넘게 흐른 오전 11시30분께 생존자의 상반신이 확인됐다. 생존자는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물도 마시면서 긴장을 풀었다.
구조대원들은 생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맥박을 짚었다. 생존자가 쌀쌀한 날씨 탓에 기력이 떨어져 있어 급하게 링거를 놓았다.
생존자는 60대 여성으로, 남편과 함께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생존자는 발견 당시 이미 고인이 된 남편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드릴, 절단기, 망치, 삽 등 각종 장비들이 수없이 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건물 잔해가 켜켜이 쌓여 있어 생존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구조를 시작한 지 3시간30여분 만에 드디어 생존자가 잔해 아래에서 나왔다.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한 상황에서 나온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한편, 이날 구조는 튀르키예 구조대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한국 긴급구호대가 생존자를 발견하고 구조를 시작하자 튀르키예 구조대가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한국 긴급구호대와 튀르키예 구조대는 생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환호성을 외치며 서로 얼싸안기 시작했다.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양국의 우정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일어나기 힘든 기적을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