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의 명암②]"학폭 시달린 아이, 밝아져"…美, SAT 성적 우수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홈스쿨링은 아이의 특성에 따라 새 삶을 살아갈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해외뿐 아니라 홈스쿨링이 제도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성과를 거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발간된 '민들레' 118호 특별기획 '학교밖 어린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에는 홈스쿨링 중인 쌍둥이 남매의 특별한 사연이 실렸다. 1999년 창간한 격월간지 '민들레'는 창간호부터 홈스쿨링을 소개한 대표적인 대안교육 전문 잡지다.

당시 만 9세였던 서울 초등학생 신모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복종놀이'의 대상이 됐다. 심한 학교폭력을 당한 신모군은 고위험군의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오빠가 괴롭힘 당하는 과정을 지켜본 쌍둥이 동생도 함께 학교를 그만뒀다.

신모군은 '민들레'와의 인터뷰에서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지 않고, 아이들이 안 괴롭히니까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교를 그만둔 뒤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로봇을 만들어 2018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강준규(당시 만 10세)군도 유명한 홈스쿨링 사례다.

강군의 어머니 김지현씨는 지난 2019년 펴낸 책 '준규네 홈스쿨'에서 "학교에서 좀비처럼 앉아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긴 시간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웠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다시 밝아졌고, 행복해 했다"고 적었다. 강군은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획일적인 공교육에 대한 반발로 1993년부터 일찌감치 홈스쿨링이 합법화된 미국은 성과가 더 많이 누적돼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교육부의 연구 용역으로 수행한 2019년 '홈스쿨링 제도화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학년도 SAT(미국 대입자격시험)를 치른 홈스쿨링 학생 1만1739명의 평균 성적은 전체 수험생의 상위 15%에 해당됐다. 이들의 대학 4년간 평균 학점도 공립학교 졸업생보다 높았으며, 심지어 중도탈락율도 낮았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종태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등 연구진은 하버드가 매년 홈스쿨러(홈스쿨링 참여 학생) 10명을 선발하기 위한 별도의 전형을 운영하며, 홈스쿨러들의 스탠퍼드 합격률(27%)은 일반전형 합격률의 2배라고 설명했다.

홈스쿨링은 아동학대 등에 악용돼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잘 활용됐을 경우 교육적 효과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홈스쿨링은 기존의 학교교육과 달리 새로운 세대의 주체적인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교육의 본질에 근접해 있다"며 "누가 시키거나 강요해서 억지로 배우는 일도 없고, 기를 쓰고 경쟁할 일도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홈스쿨링은 개별화 학습, 자기주도성, 인성교육 등에서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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