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전방위 지원에 나선 가운데 '한국판 칩스법'은 여전히 여야 입장차가 커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반도체 업계에선 조속한 법안 통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호소한다.
특히 일본까지 국적과 관계없이 자국내 모든 반도체 기업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한국도 관련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8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기업은 물론 해외기업도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동안 생산하는 전제 조건 아래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22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따라 반도체를 중요물자로 지정했고, 이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배정된 예산만 3686억엔(약 3조5000억원)으로 전체 추경예산(1조3000억엔)의 30%를 차지한다.
반도체 경쟁국인 미국은 최근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25%까지 올렸다. 대만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25%로 높이며 반도체 산업 보호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2월 반도체지원법을 제안, 12월 초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회는 오는 13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전체 회의 표결을 거쳐 EU 이사회와의 합의를 통해 입법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세제 혜택 지원 기준에도 못 미치는 '반쪽짜리K-칩스법'인데다 법안 처리마저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들린다.
기획재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직전 3년 동안 연평균 투자금액을 초과해 투자하는 경우에는 올해까지만 10%의 추가 공제해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추가공제 적용 시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적용 가능하다.
업계는 오는 14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중 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상정될 가능성을 기대한다.
기재위는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세액공제율(투자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특법 개정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세제지원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바라는 분위기다.
여당은 조특법 관련 사항을 최우선 법률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중견기업·중소기업 투자공제율 상향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대기업 세제 혜택엔 부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적 악화를 겪는 반도체 전반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어져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미래에 대한 선제적 대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대 비메모리로 반도체 주력 품목이 차이나는 것이 지난해 실적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원인이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중소기업 간 투자공제율에 차등을 둬야 하는 것은 일부 공감하지만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세제 혜택으로는 기술 개발 등에 한계가 있어 '코리아 엑소더스'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지원법 내용을 떠나 국회에서 여야가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해 시행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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