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영하의 추운날씨에 밖으로 쫓겨나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봤어요. 친모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8일 오전 8시40분께 인천 남동구의 모 아파트 현관 앞에는 어린이용 자전거, 킥보드와 함께 ‘출입금지’ 문구가 적힌 노란 폴리스 라인이 붙어있었다.
전날 이 세대에서 초등학교 5학년 A(11)군이 온몸에 멍이든 채 사망했다.
A군의 친부 B(39)씨는 같은 날 오후 1시44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A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으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군의 몸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멍 자국 여러개를 발견하고 친부 B씨와 계모 C(42)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아파트에서 A군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영하의 날씨에 마른 체형의 A군이 집 밖으로 내몰려 추위에 떠는 모습을 수차례 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D씨는 A군을 떠올리며 고개를 떨궜다. 아이가 학대를 당한다고 생각해 신고하려 했으나, 정황만 있고 증거가 없어 정작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D씨는 “A군이 집밖으로 쫓겨나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봐왔다”며 “겉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오라는 부모의 말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번은 현관문 넘어로 ‘이제 들어와’라는 A군의 부모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며 “자식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너무 안쓰러웠고, 누가 봐도 C씨가 친모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B씨 부부에게 아들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주민들도 있다.
“B씨가 딸들을 데리고 집 앞에서 놀아주는 모습은 종종 봤다”며 “아들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다른 주민도 “딸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아들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A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가 집에서 직접 돌보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미인정 결석'으로 인해 관리대상 학생으로 분류됐다.
B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 준비를 위해 홈스쿨링하고 있다"며 A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압수한 이들 부부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주거지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 TV가 발견되긴 했으나, 녹화된 영상은 없었다.
경찰은 A군의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한편 B씨 등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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