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양키스전서 2루타 때린 뒤 희생번트 때 홈까지 파고들어
53세 나이에 호주 질롱 코리아서 활약한 사실 보도…직접 인터뷰까지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구대성을 재조명했다. 2005년, 단 한 시즌을 뛰었을 뿐이지만 당시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였던 랜디 존슨을 뒤흔든 타격과 주루까지 언급하며 구대성과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다.
MLB 소식을 전하는 MLB닷컴은 7일(한국시간) 1969년생으로 만 53세의 구대성이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마운드에 올라 역대 최고령 투수 기록을 썼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2005년 경기를 재소환했다.
구대성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5년에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었다. 한화 이글스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었던 구대성은 무려 35세의 나이에 MLB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구대성의 역사적인 플레이는 5월 22일에 이뤄졌다.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2-0으로 뉴욕 메츠가 앞선 가운데 구대성이 7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당대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존슨이 버티고 있었다. 구대성은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3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한참 넘어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 호세 레이예스의 포수 앞 희생번트로 3루까지 나아간 구대성은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홈플레이트를 비운 틈을 타 홈까지 파고 들었다. 1루수가 급하게 포사다에게 송구했고 포사다가 홈플레이트로 쇄도하며 태그하려고 했지만 구대성은 포사다의 미트를 살짝 피해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당시 구대성의 동료는 레이예스를 비롯해 미겔 카이로, 마이크 피아자, 데이빗 라이트, 덕 민케이비츠 등이었다. 2018년 은퇴할 때까지 뉴욕 메츠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 라이트는 구대성의 주루 플레이에 신이 나 하이파이브를 했고 민케이비츠는 더그아웃에서 대형 수건으로 구대성을 부채질했다. 당시 풀타임 1년차 새내기(2004년 시즌 도중 데뷔) 라이트는 구대성보다 13살이나 어리지만 이미 현역에서 물러난 반면 구대성은 마운드에 오른 현역 투수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구대성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당시의 플레이를 회상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플레이를 자주 거론하곤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한 시즌만 뉴욕 메츠에서 뛴 구대성은 한화에 복귀한 뒤 2010년에는 호주 시드니로 건너갔다. 자녀들이 호주에서 유학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은퇴를 선언하지 않고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현역을 연장했다. 구대성은 시드니에서 다섯 시즌 동안 뛰며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고 2010~11 시즌에는 올해의 구원투수상을 받기도 했다.
MLB닷컴은 구대성의 독특한 투구 폼에도 주목했다. 구대성은 토네이도 투구를 하는 노모 히데오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타자와 등을 지는 투구 동작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이 나오는 각도도 눈 뒤에서 나온다. MLB닷컴은 2014년 시드니 크리켓 경기장에서 LA 다저스와 시범경기 때 구대성이 호주 올스타팀에 합류,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특이한 와인드업과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구대성은 내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내게 투구를 가르쳐줬을 뿐 아니라 멘토로서 많은 것을 지도했다. 마운드에 서 있는 방법부터 공을 던지는 법, 게임의 예의범절까지 모든 것을 가르쳐줬다"는 류현진의 멘트도 함께 소개했다.
이와 함께 MLB닷컴은 49세의 나이인 2018년에 질롱 코리아의 감독이 됐으며 마운드에 서게 된 사실도 전했다.
이에 구대성은 "대부분 선수들은 20대 또는 30대 초반이었다. 후배들이 내가 마운드에 서는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며 "빠른 공의 속도가 현역 때보다 시속 10마일(16.2㎞) 정도 느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공이 너무 느려서 타자들이 곤란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며 "앞으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공을 던지고 싶다. 나이에는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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