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전기난로 반입 막히자 오세훈 시장에 사과 요구
이태원 유가족 등 15명 서울시청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열 농성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이태원 유가족 및 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경찰 등과 대치했다. 서울시청으로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유가족 3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및 관계자 15여명은 6일 오전부터 낮 12시30분께까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故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서울시청 현관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해라. 나올 때까지 안 가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씨 및 유가족 등 관계자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측에게 저지를 당하자, 오 시장에게 사과를 하라며 시청으로 출입하려했지만 서울시 및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故최민석씨, 故박가영, 故정주희양의 어머니들이 뇌진탕 및 실신 증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조씨는 "사과를 받고, 면담을 하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 시장이) 방금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한다. 왜 지금 밥을 먹으러 가냐"고 소리쳤다.
다른 관계자들도 "빨리 나오라고 해라", "지금 당장 나와", "오세훈 당장 나와"라고 소리 지르며 서울시청 현관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양한웅 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은 "희생자 어머니 한 분이 영정이 너무 추워 보인다고 난로를 갖고 들어가려 했는데 경찰과 서울시가 막았다. 그 어머니는 원하고 분통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이거 하나 빼앗아가는 오 시장 절대 못 믿는다. 사퇴하고 사과하라는 의미에서 시청 앞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낮 12시30분께 시청 현관 앞 농성을 풀고 분향소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유가족 측은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공원 합동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추모 행진을 하던 중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이는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내 추모공간 설치를 불허한 데 따른 것이다. 윤복남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측에 세종로공원에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서울시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후 종로경찰서에 세종로공원에 대한 시설물 보호 요청을 했고, 서울경찰청은 지난 3일 세종로공원 인근에 기동대를 배치해 분향소 기습 설치에 대비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서울시는 전날에도 "이태원 참사 100일을 추모하려는 유가족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도 많은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서울광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자진 철거를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