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조성진 "팬데믹 때 와닿은 헨델 음악, 멜로딕한 면 있어"

기사등록 2023/02/05 01:02:00

최종수정 2023/03/21 11:56:21

도이치 그라모폰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

"팬데믹 전처럼 바쁜 일정…살아있는 느낌"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StephanRabold 제공) 2023.0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StephanRabold 제공) 2023.0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바로크 음악은 손에 붙어 자신감이 생기기까지 다른 장르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한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년여 만에 새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했다. 쇼팽과 드뷔시, 슈베르트, 모차르트 등 낭만주의 및 고전을 주로 담아낸 이전 앨범들과 달리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헨델의 작품을 택했다.

헨델을 마음속에 품게된 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이었다. 전 세계로 팬데믹이 확산하며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조성진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악보를 많이 구입했고 베토벤, 바흐, 헨델 등 그동안 연주하지 못했던 곡들을 연습하며 오롯이 음악에 집중했다.

4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그때 헨델의 음악이 많이 와닿았다. 내후년쯤 녹음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조성진은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앨범에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권 중 조성진이 가장 좋아하는 세 곡이 담겼다. 많이 연주되지 않아 대중에게 덜 알려진 곡들이지만 그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했다.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등도 수록됐다.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제겐 바흐보다 헨델의 음악이 처음 시작하기에 쉬웠어요.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만만치 않았죠. 바흐와 헨델 모두 존경하는 작곡가인데, 솔직히 바흐는 아직 녹음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흐는 좀더 지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은 가슴을 울리며 멜로딕한 면이 있죠."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2023.0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2월 예정된 투어가 취소되면서 한 달간 집에 머물 때도 매일 7~8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1년여 전엔 스위스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프시코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두 악기가 명확히 다른데, 피아노가 강약 조절이 쉬워서 표현력이 용이하죠. 바로크 음악은 해석의 폭이 넓다는 데 공감해요. 앨범엔 제가 생각하는 해석을 담았죠."

이번 앨범으로 독일 주요 도시를 비롯해 런던, 빈, 밀라노 등 유럽을 돌며 투어를 진행한다. 7월엔 국내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추후 바흐의 평균율이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만나볼 수 있냐는 물음엔 "40대 안에는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해 다양한 국내 무대로 팬들을 만났던 그는 최근 팬데믹 이전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엔 시애틀과 LA 리사이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미국을 종횡무진했다. "바쁘게 사는 게 좋다.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해외 무대를 누비며 한국 연주자들에 대한 높은 관심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1년 전부터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외국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한국 연주자들의 비결을 물어보는데, 저는 원래부터 잘했다고 말해요. 유럽 음악가들보다 뛰어난 한국 음악인들이 많다고 옛날부터 생각했고, 주목받는 건 당연한 거죠."

새로운 도전에 희열을 느낀다는 그는 레퍼토리 확장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답했다. "워낙 많아서 다 해보면 되니까요. 고민이 있다면 시간이 부족한 거죠. 투어를 하면서 새로운 곡을 익혀야 하죠. 하루에 30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웃음)"

요즘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는 "투어를 마치고 집에 와서 쉴 때"라고 했다. "집에서 새로운 악보를 연습하고 배우는 게 가장 행복하다. 쉬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StephanRabold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설뮤직/StephanRabold 제공) 2023.02.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거머쥔 그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스타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손꼽히지만, 연주자로서의 성공에 대한 질문엔 "잘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좋은 음악인이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음악과 커리어를 분리해야 하죠. 옛날과 다른 건 카네기홀, 베를린필 등 특정 홀이나 악단과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졌어요. 이젠 어떤 사람들과 공연하는지가 중요해요. 유명하지 않아도 음악적으로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죠."

조성진은 클래식계 최고 팬덤을 자랑한다. 세계적인 팬덤을 가진 방탄소년단(BTS)이 '추락보다는 안전하게 착륙하고 싶다'고 과거 밝힌 것처럼, 그도 이 같은 고민을 할까. "저는 BTS가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거만한 거죠. 예전에 제 연주를 찾아주는 분들이 한 도시에 1000명~2000명 정도 있으면 감사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 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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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조성진 "팬데믹 때 와닿은 헨델 음악, 멜로딕한 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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