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 내 대표적 인권단체 '헬싱키' 강제 해산

기사등록 2023/01/26 17:44:12

모스크바 法, 법무부 해산 요청 승인

법무부 "지역단체라는 법적지위 어겨"

헬싱키그룹, 이번 결정에 항소 밝혀

"세계 인권 운동에 심각한 타격"

'메모리알' 폐쇄 후 불과 13개월만

[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 25일 모스크바 헬싱키그룹 해산 소송에 대한 심리 전, 헬싱키그룹 회원들과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지난 25일 모스크바 헬싱키그룹 해산 소송에 대한 심리 전, 헬싱키그룹 회원들과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성하 기자 = 러시아 법원이 자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그룹'(MHG)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25일(현지시간) BBC·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1976년 소련 반체제 인사에 의해 설립된 모스크바 헬싱키그룹은, 매년 러시아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고해온 러시아의 마지막 인권단체이자 세계적 인권감시기구다. 1975년 소련이 서명한 주권 존중·전쟁 방지·인권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헬싱키협정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성명을 통해 헬싱키그룹을 해산하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헬싱키 그룹을 해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헬싱키그룹이 모스크바 지역 단체라는 법적 지위를 어기고 러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헬싱키그룹은 이번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헬싱키그룹은 성명을 통해 "당신들은 큰 죄를 짓고 있다. 인권 운동을 파괴하고 있다"며 "단체의 해산은 러시아 뿐 아니라 세계 인권 운동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헬싱키 그룹의 강제 해산은 모스크바 법원이 또 다른 러시아 대표적 인권단체 '메모리알'을 폐쇄한지 불과 13개월만에 이뤄졌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당시 인권 침해와 잔혹 행위를 밝혀내는 활동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대법원은 2021년 12월 메모리알과 그 지역 지부가 2012년 외국대리인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폐쇄를 명령했다.

아울러 지난해 모스크바 법원은 언론인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권리 단체들을 해산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러시아 정부가 반전을 외치는 목소리와 독립 언론에 전례 없는 탄압을 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미국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HRF)은 "헬싱키 그룹을 폐쇄하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려는 또 다른 캠페인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국내 정치적 탄압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 옹호자들을 침묵시키고, 권위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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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국 내 대표적 인권단체 '헬싱키' 강제 해산

기사등록 2023/01/26 17:44:1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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