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방부, 시크교 군인 위해 특수 제작된 헬멧 도입 추진
시크교 종교 지도자 "헬멧 착용, 시크교 정신에 위배" 반발
퇴역 시크교 중장 "적 저격수가 터번은 안 쏘는 것이냐" 비판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도 '터번'을 착용해야 하는 시크교 군인들을 위해 인도 국방부가 특수 헬멧을 선보였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시크교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전쟁터에도 헬멧 대신 터번을 쓰고 참전해야 하는 시크교 군인들의 '헬멧 착용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인도 국방부는 시크교 군인들을 위해 특수 제작된 비어(Veer)를 선보인 이후 구체적인 도입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터번 대신 헬멧을 쓰는 것이 '시크교 정신'에 위배된다며 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슬람교,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15세기 창시된 시크교는 엄격한 터번 착용 규율로 유명하다. 시크교도들에게 '터번으로 감싼 머리카락'은 본인의 종교적 신실함을 증명해주는 신성한 증표이다. 때문에 시크교를 믿는 경찰은 경찰모 대신, 자전거·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보호 헬멧 대신, 심지어 군인들조차 군모나 헬멧 대신 터번을 상시 착용해야 한다.
이러한 '군인들의 터번 착용'은 인도 국방부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시크교 터번은 전쟁터에 빗발치는 포탄과 총알로부터 군인의 머리를 보호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헬멧에 부착되는 야간 투시경, 카메라, 무전기 등의 운용 역시 어렵게 했다. 인도 국방부는 고심 끝에 시크교 군인들이 터번 대신 착용할 수 있는 특수 헬멧인 비어(Veer)를 선보였다. 터번을 대체할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비어는 시크교 군인들이 틀어올린 상투에 맞춘 윗부분 돌출부를 특징으로 한다. 인도 국방부는 우선 1만 2730개의 비어 헬멧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인도 국방부의 비어 도입 계획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인도 국방부 장관 라즈나트 싱에게 헬멧 도입 계획을 철회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하르진더 싱 다미 시크교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단순히 '더 튼튼하다'는 이유만으로 시크교 군인들에게 터번을 벗고 헬멧을 쓰라고 명령하는 것은 일선 군인들이 시크교 정신에 무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비어를 직접 설계한 방위산업체 엔지니어 쿠스메쉬 미쉬라는 '적절한 헬멧'의 부재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크교 군인들을 위해 비어를 내놓게 됐다고 밝혔으며, 종교 지도자들이 비어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미쉬라 뿐 아니라 전역한 시크교 군인들 역시 시크교 지도자들의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며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크교 신자이자 40년간 UN 평화유지군 등지에서 복무한 K.J. 싱 전(前) 인도군 중장은 "시크교 지도자들은 파키스탄 저격수들이 터번을 보면 사격을 멈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싱 중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크교 전통을 지키고 싶다면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해줄 헬멧을 걸고넘어질 것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명목으로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고 있는 시크교 가수, 배우들부터 지적해라"라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크교를 믿는 군인들은 인도군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인적 자원이다. 거주 시민 대부분이 시크교를 믿고 있는 인도 펀자브주 거주 시민은 전체 인도 인구의 2.5%에 불과하지만, 인도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가 넘는다. 시크교 교리에서 '강한 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전쟁터에도 헬멧 대신 터번을 쓰고 참전해야 하는 시크교 군인들의 '헬멧 착용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인도 국방부는 시크교 군인들을 위해 특수 제작된 비어(Veer)를 선보인 이후 구체적인 도입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터번 대신 헬멧을 쓰는 것이 '시크교 정신'에 위배된다며 도입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슬람교,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15세기 창시된 시크교는 엄격한 터번 착용 규율로 유명하다. 시크교도들에게 '터번으로 감싼 머리카락'은 본인의 종교적 신실함을 증명해주는 신성한 증표이다. 때문에 시크교를 믿는 경찰은 경찰모 대신, 자전거·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보호 헬멧 대신, 심지어 군인들조차 군모나 헬멧 대신 터번을 상시 착용해야 한다.
이러한 '군인들의 터번 착용'은 인도 국방부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시크교 터번은 전쟁터에 빗발치는 포탄과 총알로부터 군인의 머리를 보호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헬멧에 부착되는 야간 투시경, 카메라, 무전기 등의 운용 역시 어렵게 했다. 인도 국방부는 고심 끝에 시크교 군인들이 터번 대신 착용할 수 있는 특수 헬멧인 비어(Veer)를 선보였다. 터번을 대체할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비어는 시크교 군인들이 틀어올린 상투에 맞춘 윗부분 돌출부를 특징으로 한다. 인도 국방부는 우선 1만 2730개의 비어 헬멧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인도 국방부의 비어 도입 계획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시크교 종교 지도자들은 인도 국방부 장관 라즈나트 싱에게 헬멧 도입 계획을 철회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하르진더 싱 다미 시크교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단순히 '더 튼튼하다'는 이유만으로 시크교 군인들에게 터번을 벗고 헬멧을 쓰라고 명령하는 것은 일선 군인들이 시크교 정신에 무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비어를 직접 설계한 방위산업체 엔지니어 쿠스메쉬 미쉬라는 '적절한 헬멧'의 부재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크교 군인들을 위해 비어를 내놓게 됐다고 밝혔으며, 종교 지도자들이 비어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미쉬라 뿐 아니라 전역한 시크교 군인들 역시 시크교 지도자들의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며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크교 신자이자 40년간 UN 평화유지군 등지에서 복무한 K.J. 싱 전(前) 인도군 중장은 "시크교 지도자들은 파키스탄 저격수들이 터번을 보면 사격을 멈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싱 중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크교 전통을 지키고 싶다면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해줄 헬멧을 걸고넘어질 것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명목으로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고 있는 시크교 가수, 배우들부터 지적해라"라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크교를 믿는 군인들은 인도군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인적 자원이다. 거주 시민 대부분이 시크교를 믿고 있는 인도 펀자브주 거주 시민은 전체 인도 인구의 2.5%에 불과하지만, 인도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가 넘는다. 시크교 교리에서 '강한 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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