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해, 가격경쟁력도 갖췄다는 평이다.
특히 예전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전통시장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의 생존비결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이에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한 달에 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원래 2만5000원인데, 2만 원만 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8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시장은 장날을 맞아 차례상 등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사람들로 크게 북적여 활기를 띠었다.
시내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향어와 잉어, 즉석에서 튀겨주는 뻥튀기는 전통시장의 정취를 더했다. 왁자지껄 상인과 흥정하는 모습도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냄새의 근원지 방앗간에서는 즉석에서 가래떡과 참기름을 뽑아내고 향기를 풍기며 시장 손님과 상인들의 입맛을 돋운다.
정육점은 그야말로 대목을 만났다. 상인은 끊임 없이 밀려오는 손님에도 미소를 잊지 않고 응대했다. 단골 손님에게는 "오늘은 고기를 많이 사니까 더 예뻐 보이네요"라며 능청스러운 인사말도 건네기도 했다.
시장 중간쯤에는 상인들과 손님들의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한 호떡 가게가 위치해 있다. 손님들은 두 손 가득 장을 본 짐을 내려놓고 가게 앞에 서서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추위는 어묵 국물 한 모금으로 달랬다.
과일을 파는 박순자(51)씨는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한동안 손님이 많이 없었다"며 "설 대목이라 그런지 오늘은 손님이 정말 많다. 남는 게 많이 없더라도 준비한 과일을 모두 팔고 퇴근하고 싶다"면서 웃었다.
삼례시장의 명물은 '생닭'이다. 익산 등 전북의 양계장에서 공수해 온 산닭을 가게에서 직접 잡아 판매해 신선함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보통 시장에서는 닭 특유의 냄새 때문에 닭집은 가장 안쪽에 있기 마련인데, 삼례시장의 닭집은 시장 초입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오늘 닭을 사러 온 손님들은 닭집들이 문을 열지 않아 헛걸음을 했다.
손님 강희성(43)씨는 "삼례시장에서 파는 닭은 다른 닭과는 차원이 달라 익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아버렸다"며 "그래도 시장에 온 김에 이것저것 사서 집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례시장의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당시 삼례에는 말을 바꿔 타는 '역참'이 있었고, 그 주변을 중심으로 전통시장이 발달했다. 이후 1894년에는 일본의 조선 침략에 맞서 동학농민운동의 2차 봉기가 시작된 곳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큰 곳이기도 하다.
현재 삼례시장의 모습을 갖춘 건 '시장법'이 제정된 1961년부터다. 전주시와 익산시로 통하는 지점에 있어 수요자가 꾸준히 있어 완주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상가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을 병행하는 시장의 형태를 보인다. 어느덧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삼례시장은 서민들의 추억이 녹아 있다.
삼례시장은 완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으로 매 3일과 8일에 5일장이 열린다. 삼례는 완주 안에서도 핵심 지역인 봉동읍과 용진읍 그리고 익산시, 인구 65만이 넘는 전주시와 인근에 있어 배후 소비시장이 든든하다.
게다가 젊은 귀농귀촌인들의 유입이 꾸준히 늘어 인구구조도 튼실한 편이며, 늘어난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도 안정적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삼례시장 활성화의 자양분이 되었다.
30년째 삼례시장을 찾는다는 이광재(45)씨는 "삼례시장은 옛날부터 닭 잡는 소리, 뻥튀기 튀기는 소리, 호객하는 소리로 가득했다"며 "지금은 과거보다 규모도 더 작아지고 찾는 사람도 줄었지만 시장에서의 추억을 가진 사람이 많기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