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우회전 신호등에서는 녹색화살표에만 건널 수 있어
교통약자들은 '환영', 운전자들은 "과태료 비싸" "통행 느려져"
최근 3년간 우회전 차량에 치여 213명 사망, 1만2604명 다쳐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차가 우회전할 때 어린이 교통사고가 자주 난다고 해서 아이들 바깥놀이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걱정이 됐어요. 아이들이 더 안전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
노원구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임모(34)씨는 차량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돼 '녹색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을 해야한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아이들이 근처 공원에 가는 걸 좋아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공원으로 바깥놀이를 가는데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지만 두 개의 신호등을 지나야해 늘 노심초사했다. 임씨는 "아이들에게 우회전 신호등을 보여주면서 '차에도 빨간불이 있어요'라고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아야 우회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우회전 신호등이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본격 도입된다. 교통 약자들은 더 안전해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충분한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며 걱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을 도입하고, 적색 신호 시 정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오는 22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에선 신호등의 녹색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이 가능하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우회전 신호등은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 상충이 빈번한 경우 ▲동일 장소에서 1년간 3건 이상 우회전 차량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각선 횡단보도가 운영되는 곳이나 좌측에서 접근하는 차량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설치될 예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우회전 차량에 치여 213명이 사망했고 1만2604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노인 등 교통약자들을 중심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높다.
서울 송파구에서 3세 남자아이를 키우는 박종현씨(42)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차량은 모두 일시정지해야하는 걸로 아는데 배달 오토바이랑 버스는 안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가 뛰어다니기 시작한 만큼, 우회전 신호등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정승길(78)씨도 "노인들이 걸음이 느리니까 신호등에서 늦게 출발하거나 더 오래 신호등을 지나간다"며 "신호등 생기고 차가 더 느려지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앞에서 (차가) 휑하고 지나가서 놀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비싼 과태료와 교통 체증 등을 언급하며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적색 신호에 우회전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0일 미만의 구류(경찰 유치장 등에 가두는 형벌)로 처벌될 수 있다.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방모씨(29)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조금 속도를 높여도 10만원이 안 나오는데 우회전을 잘못했다고 20만원을 내는 건 과하다"며 "뒤에서 기다리는 차가 경적이라도 울리면 천천히라도 건널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문민철(29)씨도 "우회전 교차로에서 주변을 잘 살피고 천천히 건너기만 하면 되지 않냐"며 "안 그래도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에서 운전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