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죄수 용병 막으려 잘 훈련된 병력 잃는 일
러에는 지속된 패배 뒤 거두는 첫 승리
우크라는 "바흐무트 사수"가 항전의지 슬로건
정치적 의미 커졌지만 전략적 가치는 작아

러시아 용병그룹 와그너의 수장이 6개월째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시(巿)를 완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작년 여름이후 벌어진 주요 전투에서 첫 승리를 기록하게 된다. 출처: 트위터 @NOELreport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사수하기 위해 큰 소모전을 감수해온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지역 탈환을 위한 준비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안드리 크리슈첸코 우크라이나 국방경비대 부중대장은 “10명 중 5명의 적군을 사살하면 몇 시간도 안돼 다시 10명으로 보충돼 공격해온다”면서 “하루에도 5~7번씩 공격해온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바흐무트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바흐무트 전투의 승패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상징적 의미가 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몇 달 안에 더 많은 영토를 탈환할 계획을 세우면서 바흐무트를 계속 사수해야할 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미 CNA 러시아 군사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펴려면 장비를 갖추고 훈련을 받은 부대가 있어야 한다. 바흐무트 전투가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바흐무트를 사수하느라 치르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겨울 및 봄철 전략이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바흐무트 공략에 나선 와그너 용병그룹의 행태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전략적으로 바보짓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군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는 것에 비해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중요하지 않은 전투에서 병력과 탄약을 낭비하도록 유도해왔다. 그러나 몇 주 전부터 바흐무트가 양측에 정치적으로 중요해졌다. 러시아는 몇 달 동안 거듭된 패배 끝에 첫 승리 사례라는 의미를 갖게 됐고 우크라이나군은 초인적인 저항을 해온 “요새”를 빼앗기는 셈이 돼 철수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미 의회방문 연설에서 바흐무트 전투를 미 독립 전쟁의 승리 전환점이 된 사라토가 전투에 비유했다. 미 방문 직전 현지를 방문해 받은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사인한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스 미 부통령에게 선물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바흐무트 사수”를 러시아에 맞서는 불굴의 저항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훈련된 병력과 부족한 탄약을 바흐무트에 투입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11월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가 각각 10만 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들은 잘 훈련된 병력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말해왔다. 이들이 끈질긴 작전으로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싸워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죄수 수만 명을 투입하는 러시아군의 인해 전술이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소모시키고 있다.
바흐무트 전투에 참가한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도시 사수를 위해 많은 동료가 희생됐다. 항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후퇴하면 부대원들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53 기갑연대 소속 부대장인 안드리 미헤이첸코(42)는 “바흐무트는 여전히 우리가 장악하고 있지만 뛰어난 우리 병사들과 장교들의 목숨을 싸구려 러시아 죄수 용병과 맞바꾼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휘하 모두가 단 한 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유리 스칼라 바후무트 지역 정보부대장은 “영리하게 싸워야 한다. 최고 군 지휘부가 사상자가 너무 많으니 전선을 새로 정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이다. 목숨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미 고위당국자는 바흐무트와 인근 솔레다르의 전략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한다. 인근 지역 소금 및 석회 광산이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군이 소금광산을 장비와 탄약을 보호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그는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군에도 러시아군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바흐무트 전투가 전쟁 국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방어 및 공격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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