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개점휴업?…현대차그룹, 러시아 사업 '진통'

기사등록 2023/01/12 15:30:20

최종수정 2023/01/12 16:47:47

전쟁 장기전·대러 제재 등으로 생산·판매량↓

국영 차업체 아브토바즈, 정부 지원에 회복세

中, 체리·하발·지리 판매 증가로 턱밑 추격

병행 수입 소비자들 반응 '싸늘'

[서울=뉴시스]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2.1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2.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러시아 사업을 바라보는 현대차그룹의 속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현지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급감하며 지난해 판매량이 66%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수 결정도 쉽지 않다. 장기간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만큼 현지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수 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다시 재진입도 쉽지 않다는 견해가 높다.

그렇다고 위기를 돌파할 묘수도 마땅히 없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위기는 더 복합적이다. 현지 딜러사를 통한 병행수입이 그마나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러시아 소비자들 반응은 차갑기만하다.

12일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스캣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차량 11만970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대비 66.5% 줄어든 수치로 시장 점유율은 19.5%에 그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전년대비 66% 감소한 5만4017대를, 기아는 전년대비 67% 하락한 6만5691대를 각각 판매했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아브토바즈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2021년 판매 실적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현대차그룹 러시아 판매 66% 감소…현지업체 견제 더 거셀듯

지난해 러시아 차량 판매량은 총 62만6281대다. 이는 151만2000대 수준인 2021년과 비교하면 60% 정도 감소한 수치다. 전쟁 여파로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 제재를 받자 지난해 3월부터 현지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공장이 가동됐던 지난해 1~2월에는 1만7000대 이상 팔았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된 3월에는 3700대를 판매하며 이후 판매량이 계속 하락세다. 생산 중단 5개월째인 8월에는 1대도 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모두 국제사회 움직임에 따라 현지 생산을 멈추거나 철수한 상태"라며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자동차 부품 문제로 이미 일부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향후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완성차 업체인 아브토바즈는 전쟁 여파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회복세를 띠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2035년 목표로 자국 자동차 사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승인하면서 아브토바즈 등 러시아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3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소형 SUV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2016.08.03.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3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소형 SUV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2016.08.03.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러시아 시장서 쾌속 질주하는 中 업체들과 대조

현대차그룹이 발목을 잡힌 사이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현지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점도 뼈아프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기관 아프토스타트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팔린 중국 차량은 11만7241대로 전쟁 악재 속에서도 전년(11만1650대) 대비 5%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18.6%로 현대차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5537대 팔며, 가장 많이 팔린 차량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장성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하발과 지리자동차도 각각 4467대, 3351대를 팔며 판매량 3~4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차량의 이 같은 점유율 확대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딜러사를 통한 병행수입이 현대차그룹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현대차·기아는 터키에 있는 완성차 공장이나 카자흐스탄의 반조립제품(CKD)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러시아로 보내 현지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자동차·부품 분야 병행 수입 품목을 늘리고 판매 장려를 위한 대출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병행 수입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오토스캣이 현지 자동차 매체인 자룰렘과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2일부터 8일까지 현지인 1000명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의 병행 수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찬성 입장은 30.3%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 중 41.8%는 병행 수입에 반대했고, '차라리 러시아산차나 중국산 차를 사겠다'는 의견도 14.9%에 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언제까지 개점휴업?…현대차그룹, 러시아 사업 '진통'

기사등록 2023/01/12 15:30:20 최초수정 2023/01/12 16:47:4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