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중독 치료 지정 병상·전문의 ↓
"지금 예약 잡는다 해도 치료까지 두달"
무상 치료 최대 1년…비용 부담 중단도
"정부 차원 마약 치료 시스템 구축해야"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5년간 마약류 범죄 재범률이 40%를 웃돌지만 치료 병동과 전문 의료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재활 현장에서는 최대 1년까지만 무상 치료가 가능해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마약 치료 인력 양성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마약사범 재범률은 36.6%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17년 36.3% ▲2018년 36.6% ▲2019년 35.6% ▲2020년 32.9% 등으로 꾸준히 36% 안팎을 기록했다.
지난 9일 약 45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매수하고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도 과거 대마 관련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지난 5일 충남 서산에서는 보호관찰 기간 또다시 마약을 투약한 40대 남성에 대해 서산보호관찰소가 서산지법에 집행유예 취소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021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향정신성의약품)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 받았다.
마약류 사범의 재범 가능성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약물중독 치료병원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약류 사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인력도 부족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현황' 자료를 보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를 위해 지정된 의료기관 21곳 중 9곳은 최근 5년간 치료보호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지난 2021년 마약류 중독 치료 지정 병상은 292개로 2017년(330개)보다 11.5% 감소했고, 전문의도 170명에서 132명으로 22.3% 줄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인 인천참사랑병원 관계자는 "관련 전화가 하루에 10건 넘게 걸려 오는데 우리 병원에 약물 치료 및 상담을 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는 고작 2명 뿐"이라며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는 실정이고, 지금 예약을 잡는다고 해도 진료까지 두 달 이상은 걸린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및 관련 규칙에 따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은 검사나 중독자 본인·가족의 치료보호 의뢰·신청을 받으면 심의를 거쳐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를 해야 한다.
역으로 1년의 무상 치료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비용 보전이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천참사랑병원 관계자는 "(무상 치료 기간이) 1년으로 돼 있는데 그 이후에는 치료 지원이 왜 안되는 것인지, 약물 중독으로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보전이 되는 것인지 등 알 수 없다"며 "법령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과장은 "초기에 병원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이후로는 정부 지정 중독재활센터에서 지속적인 상담과 재활 훈련을 받는 것이 필수"라며 "일련의 마약 치료 과정에서 끈을 한번 놓게 되면 쉽게 다시 마약에 빠질 위험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실장도 "현재로서는 정부 지정 병원도 부족하고 병원 치료 이후 재활 훈련으로 인도하는 체계가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와 같은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 의료 인력 양성과 중독자 치료에 초점을 맞춘 법령 개정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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