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용납 못하는 국회…부끄럽다"
"주최 측·공동주관 의원과 철거 협의 안 돼"
이광재 "이태원 국조 뒤가 좋다는 데 공감대"
[서울=뉴시스]여동준 신재현 기자 = '처럼회'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9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사진전을 국회사무처에서 철거한 데 대해 "국회사무처는 부당한 권력에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시는 9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사무처를 향해서는 "풍자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시민들에 미처 공개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구석 어딘가에 갇혔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철거는 주최 측과 협의되지 않았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국회의원 12명도 철거에 동의한 바 없다"며 "오직 국회사무처의 알량한 권한으로 무단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사무처는 공동주관 의원실에 어제(8일) 저녁 7시 이후부터 공문을 보냈다. 세 차례 '자진철거'라는 이름으로 겁박했다"며 "늦은 시간이라 공동주관한 의원들 간 소통이 어려우니, 다음날에 답을 드리겠다 했지만, 철거는 새벽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사무처의 이번 행태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를 몰수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 낙인찍었던 1989년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로의 퇴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야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또 "웃자고 얘기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국회사무처"라며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 김 의장은 이제라도 작품이 정상적으로 시민들에 다가갈 수 있도록 철거한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입장문에는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장경태·최강욱·황운하(이상 민주당)·민형배·윤미향(이상 무소속) 의원들이 함께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만평과 풍자도 무서워하는 허약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슬프다"며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사무처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면 적당한 시기를 선택해서 전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