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일제히 삭제된데 대해 5월 항쟁 중심지였던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며 각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20명은 4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 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5·18 삭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5·18은 국가폭력에 맞선 국민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였고 1997년 대법원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는 판결 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인류자산이 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그같은 발언이) 사탕발림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의원들은 그러면서 "5·18에 대한 현 정부 태도는 외면과 폄하, 왜곡으로 가득하다"며 ▲지난해 5·18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진상규명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 ▲5·18 진상규명조사위 예산 삭감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5·18망언자를 강원지사 후보로 공천한 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에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씨를 임명한 점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이어 "급기야 이젠 '5·18민주화운동'을 교육과정에서 삭제해 더이상 가르치지 않겠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5·18은 또다시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5·18과 광주시민, 국민을 모욕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고 광주·전남 의원 일동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 오월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광주시당위원장을 비롯, 윤영덕, 송갑석, 조오섭, 이형석, 이용빈, 김경만, 김승남, 김원이, 김회재, 서동용, 서삼석, 소병철, 신정훈, 이개호, 윤재갑, 주철현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무소속 민형배, 양향자 의원이 동참했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해 12월22일 확정·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중·고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초등 사회에서 3차례, 중학교와 고교 교육과정에서 각각 2차례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됐으나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 부분이 모두 빠진 셈이다.
이처럼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표현이 빠진 것을 두고 "의도적 삭제"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집필한) 연구진이 제출한 최초 시안에서부터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지 국가 차원에서 세세하게 규정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교육과정 대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