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년6개월만에 한국 게임에 외자 판호 발급
넥슨·넷마블·스마게·엔픽셀 등 인기 IP 게임 中 직접 진출 가능해져
5년 넘게 지속됐던 한한령 해제될 지 관심 쏠려
판호 발급 지속되면 위메이드·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 수혜 기대감
개발력 끌어올리며 자국 게임시장에 대한 자신감 해석도
"일회성 아닌 지속적 발급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그동안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중국 게임 시장 빗장이 풀리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이 1년 반 만에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한국 인기 게임에 외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대거 발급했다.
이번 외자 판호 발급을 계기로 5년 넘게 지속됐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돼 국내 게임사들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 본격적인 진출에 나서며 한 단계 도약할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진출이 활발했던 반면,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은 막히면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역차별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28일 한국 게임 포함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외자 판호)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외자 판호를 받은 우리나라 게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와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종이다.
중국은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후 2020년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지난해 6월 ‘검은사막 모바일’이 외자 판호를 발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1년 6개월 만에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다수 포함한 게임들에 판호를 발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막혀있던 중국 판로가 뚫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국 문화 전반의 '한한령'이 해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산 게임 이외에 글로벌 유명 게임도 판호를 다수 발급 받아 중국 게임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라이엇게임즈의 슈팅게임 ‘발로란트’, 포켓몬 IP 기반의 ‘포켓몬: 유나이트’, 스몰 자이언트 게임즈의 엠파이어앤퍼즐 등이 판호를 발급 받았다.
미국 이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역차별 해소할까
그러나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사의 중국 직접 진출은 가로막혔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은 현지 개발사에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형태로 간접적인 진출을 꾀해야 했다. 그 새 중국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력을 끌어올려 국내에 진출했고 '원신' 등 서브컬처 장르 중심으로 다수 모바일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국내 게임 시장을 위협해왔다.
하지만 이번 외자 판호 발급 재개로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직접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실적 저조를 겪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이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게임주는 판호 발급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3개의 게임이나 판호를 발급 받은 넷마블은 현재 전 거래일 대비 9100원(17.74%) 오른 6만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5.54%) , 카카오게임즈(7.11%), 웹젠(5.05%), 위메이드(1.52%) 등 게임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다.
판호 발급 지속될까…다음 수혜 입을 게임사 주목
다음 판호 발급 가능성이 높은 게임사로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미르의전설2 IP를 소유한 위메이드가 꼽힌다. 위메이드 측은 "미르4 미르M도 현재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 계약 협상 중이고, 판호 발급을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니지’ IP를 보유한 엔씨소프트,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한 크래프톤 등이 판호 발급성이 높은 게임사로 지목된다.
중국이 일본과 함께 대규모 서브컬처 시장 중 하나인 만큼 국내 서브컬쳐 게임 개발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내년 출시되는 국내 서브컬처 기대작은 내달 5일 출시되는 카카오게임즈의 '에버소울', 조이시티 자회사 모히또게임즈가 개발하고 중국 빌리빌리가 퍼블리싱하는 수집형 RPG '스타시드' 등이 꼽힌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호가 기대를 넘어선 이유는 글로벌 IP가 아니라면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에 보수적이던 중국 당국이 확률형 BM이 강한 한국형 모바일 MMORPG까지 외자판호를 발급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외자판호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드코어 MMORPG도 외자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 성장 둔화로 게임사들은 이미 대부분의 차기작을 글로벌로 준비하던 상황”이라며 “중국 지역 신규 매출 실적 기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판호 발급으로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된 것이란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또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중국이 외자 판호를 개방했다는 것은, 높아진 자국 게임산업 개발력,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마냥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외자 판호를 막아두고 한국에 진출하며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여지며, 주기적으로 판호가 발급된다면 게임 뿐 아니라 콘텐츠에서 중국과 문화적 교류 물꼬가 터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밀렸던 판호를 발급하는 궁여지책으로도 볼 수 있어, 마냥 청신호인지는 미지수"이라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