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주던 부모 죽거나 가족 와해...정신장애인 생계형 범죄 한해 2000명

기사등록 2022/12/24 00:01:00

최종수정 2022/12/24 12:55:05

부산 무인점포 털이범, 검거하니 정신장애 가족

허기 달래려 절도 장애인…지난해에만 2131명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가족 돌봄도 못 받아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부산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무인점포에 손을 댄 장애인 가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산 가운데, 장애인들의 생계형 범죄는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보니 부양하던 부모가 사망하거나 가정이 와해되면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진경찰서는 50대 여성 A씨를 절도 혐의로 붙잡아 수사 중이다.

A씨는 이달 초 부산진구의 한 무인점포에서 총 16차례에 걸쳐 라면·음료 등 8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해 붙잡았는데, A씨는 지적장애를 지닌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남편도 정신장애인이었고, 이들 부부는 5㎡(약 1.5평) 규모의 고시원에 살며 돈이 부족해 허기를 달래려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가 어려워진 장애인이 범행에 연루되는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경북 경산에서는 지적장애 2급의 발달장애인 30대 여성이 절도범행을 반복하다 붙잡혀 구속송치됐다. A씨는 가정이 해체된 이후 외할머니와 살거나 공장 기숙사에서 거주해왔가, 2017년 질병까지 재발병해 궁핍한 상황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절도범죄 혐의로 붙잡힌 정신장애인은 총 2만462명이다. 한 해 평균 1860명의 정신장애인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최근 6년 동안은 2000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1435건 ▲2012년 1250건 ▲2013년 1540건 ▲2014년 1642건 ▲2015년 1745건 2016년 2144건 ▲2017년 2399건 ▲2018년 1942건 ▲2019년 1969건 ▲2020년 2265명 ▲2021년 2131명이었다.

이들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의 '정신장애범죄자 생활정도'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11년 간 절도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 중 생활정도가 하류에 속한 이들은 1만6442명이었다. 정신장애 절도범죄자의 80%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다. 또한 범행동기가 생활비 조달 목적을 포함한 '이욕'이라고 말한 이들은 전체의 24%(4838명)으로 조사됐다.

범죄에 연루된 정신장애인들은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직업 안정성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행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21)' 보고서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은 총 4만1612명 중 약 63%(2만6124명)가 미혼자였다. 이혼(4961명)과 사별(1575명)의 경우를 포함하면 약 78%가 독신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신장애 범죄자의 직업 유형은 정규직 11명(4.7%), 자영업 6명(2.5%), 무직 128명(54.0%), 일용직이 42명(17.7%) 등으로 전체의 71.7%가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든 어떤 장애를 갖고 있든지 이들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건 장애로부터 오는 생활 리스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고용이 불안정하게 되면 장애인 계층은 경제적 어려움에 가장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장애인들은 취업 등이 장애로 크게 제약받다보니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도 어렵다. 자연히 생활고 문제에 부딪치는 것이다"며 "특히 장애인들은 그들을 부양하던 부모가 죽거나 가족이 와해되면 절도 범죄 같은 생계형 범죄에 더 내몰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국가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가족이 와해되거나 가족이 이들을 부양하지 못하게 되면 더더욱 도움 공백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며 "장애인 생활 실태를 면밀하게 따져보고 국가는 이들에 대한 책임과 지원을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도 "생애사에 걸쳐서 장애인들의 삶의 리스크를 좀 더 엄밀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장애인들 고용을 도울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실제적인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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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봐주던 부모 죽거나 가족 와해...정신장애인 생계형 범죄 한해 2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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