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넷플릭스, 내년에 계정 공유 과금책 확대할 것"
남미 일부 국가, 지난 3월부터 1인당 월 2~3달러 부과
국내 주요 OTT "구독 해지 우려 있어 상황 지켜볼 것"
국내 이용자 '구독 취소' vs '추가 비용 내겠다' 엇갈려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올해 요금도 올리더니 이제는 친구랑 계정 공유하는 데 돈을 더 낼 수도 있다고?"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비밀번호 공유 수수료', 일명 계정 공유 요금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현재 일부 국가에서 운영 중인 계정 공유 요금제를 내년에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칠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계정 공유 요금제를 내년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칠레·코스타리카·페루 등의 넷플릭스 구독자는 동거인(가족 등) 외에 제3자에게 계정을 공유하려면 기존 요금제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요금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1인당 2~3달러(2560~3844원)며 최대 2명까지 가능하다.
한때 트위터에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던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과금 조치에 나선 건 실적 하락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약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창사 11년 만에 첫 가입자 수 감소 소식에 발표 당일 넷플릭스 주가는 35% 가량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1억명이 계정 공유를 통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때 주주들에게 "계정 공유 수익화를 위해 (가입자를) 배려하는 접근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의 계정 공유 과금 시기와 금액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WSJ는 계정 공유 과금에 월 3달러로 책정하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내년에 7억2100만 달러(9238억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한국 관계자는 "계정 공유 과금 조치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도입된 광고요금제처럼 순차적으로 도입될지, 일괄 도입될지는 결정된 게 아니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OTT "넷플릭스 상황 보고 검토"…구독자들 과금 조치 입장 엇갈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업계는 제3자의 계정 공유 과금 도입을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 기조에 신중한 입장이다. 구독 해지 등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는 이용약관상 제3자 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계정 공유는 가족한테만 해당해 제3자에 대한 계정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 시장에는 계정 공유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계정 공유자 수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않았다"며 "OTT 선두주자가 과금 조치 후 어떤 효과를 봤는지, 매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켜본 뒤에 (과금 조치를)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과금 조치에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구독을 취소하겠다', '추가 비용 내겠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 구독 중인 직장인 김도경(27)씨는 "계정 소유주가 계정 공유를 허락했고 내가 보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보는 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과금 시) 친구 1명과 공유 중인 계정을 해지하는데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구독자인 직장인 이모(24)씨는 "프리미엄(월 1만7000원) 계정에 돈을 더 내 4명이 같이 쓰느니 1인 요금제인 베이식 요금제(월 9500원)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씨는 "계정 공유의 가장 큰 장점이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는 건데 약 3~4000원 추가로 부담해야 하면 1인 요금제 구독료와 비슷하니 굳이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구독자는 만족할만한 콘텐츠가 계속 나온다면 계정 공유에 기꺼이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하는 김강현(26)씨는 "현 구독요금으로도 부모님, 동생 등 네 명의 콘텐츠 이용량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며 "현재 구독 중인 서비스에 만족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국내 소비자 10명 중 4명이 계정 공유 과금 정책을 시행하면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본인 명의로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용자 120명 중 42.5%가 '계정 공유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계정 공유는 중단하지만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는 이용자는 33.3%,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이용자는 24.2%에 그쳤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이용자도 비슷한 답변율을 보였다. 웨이브, 티빙 구독자 중 계정 공유 과금 조치 시 해당 OTT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용자는 각각 47.8%, 44.4%였다.
계정을 공유받는 이용자들도 OTT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비중이 더 높았다.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받는 이용자 246명 중 '과금 조치 시 이용을 중단하겠다'는 이용자는 46.3%, '계정 공유를 위해 비용을 내겠다'는 이용자는 45.9%였다. '계정을 만들어 정가 구독을 하겠다'는 이용자는 7.7%에 그쳤다.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계정 공유 제한에 우려를 인정하고 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들이 (과금 조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용자들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우리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