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분간 주민-구청장 질의응답 방송에 공무원 패널 동원
'청장님 영상에 댓글들 부탁드린다' 요청, 댓글조작 의혹
남구 "구정 사업을 널리 알리고 주민 궁금증 해소 차원"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 남구가 김병내 구청장과 주민들이 구정 현안을 놓고 대화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담 패널·댓글 작성 등에 공무원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주민 질의' 취지가 짜여진 각본 속 구정 홍보로 비춰지면서 실제 민심이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21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지난 6일 약 46분 분량의 '남구민이 묻고 김병내 구청장이 답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은 주민이 남구 구정 주요 현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으면 김 구청장이 직접 답변하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엔 주민 50여 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 남구 소속 공무원 일부가 남구 ○○동 주민 패널로 둔갑, 김 구청장에게 복지 분야, 편의시설 관련 질문을 했다.
실제로 이들 공무원은 현재 남구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패널들의 질문 역시 주요 현안, 문제에 직면한 사업보다는 사업 내용을 단순히 설명해달라는 수준에 그쳤다.
질문 주요 내용은 ▲백운광장 뉴딜사업(스트리트 푸드존·미디어월) 소개 ▲진월복합운동장 부대시설 설치 사업 설명 ▲구청장실 1층 이전 언제하나? ▲사직동 도시재생사업 중 '시간우체국' 설명 등 민선 8기 남구 역점 사업 위주로 진행됐다.
백운광장 스트리트푸드존의 경우, 인프라 정비 부족과 입주상인 철수 등 사업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단순히 사업 취지와 개요를 설명하는 데 그친 것이다. 주민 의견을 호도하고 일방적인 구정 홍보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 방영 당일 남구 한 부서는 구청 직원들에게 '청장님 영상 댓글들 부탁드린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이 게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연결 주소까지 공유하며 댓글 작성을 독려했다.
최근 두 달간 북·동·광산구도 비슷한 취지로 영상을 게재했지만 관련 댓글은 0~6개 수준이다. 반면 남구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관련 영상 댓글창에 댓글 24개가 달려있다.
대부분 '일 잘하는 구청장님', '구청장님 파이팅', '친근하고 후덕한 김 구청장님은 인성도 좋으신데 일도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 등 칭찬 일색의 댓글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민 기만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공무원은 "구청 직원을 '주민'으로 포장한 것은 기만한 것이다"라며 "혹여 자리를 채우기 어려워 직원이 참여한 것이라면 솔직하게 구청 직원이라고 밝혔어야 한다. 직원을 동원한 전형적인 치적 쌓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평소 남구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구정 사업을 널리 알리는 목적이었다. 실제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자는 취지가 함께 있었다"며 "빈자리를 메꾸고자 평소 구정을 궁금해 하는 직원들에게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남구의회도 친목 행사에 '출장' 신청한 사무국 직원들을 동원하고 식사비를 예산인 의회운영공통경비(48만 2000원)에서 지출해 구설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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