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폰 다 어디갔지".…자취 감춘 피쳐폰 왜?

기사등록 2022/12/24 09:00:00

최종수정 2022/12/24 11:06:54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 70대 이상 고령층 10명 중 2명은 여전히 非스마트폰

애니콜·싸이언·스카이 모두 역사 속으로…피쳐폰 생산 사실상 '0'

차세대 효도폰 각광받던 '폴더형 스마트폰'도 공급 중단 수순

2G 서비스 종료…이익률 적어 제조사들도 개발·생산 중단

더 외로워지는 정보 소외 계층…어르신 전용 스마트폰이라도 나와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통신 3사 홍보물이 걸려 있다. 2022.01.2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통신 3사 홍보물이 걸려 있다. 2022.0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시골에 계신 어머니 휴대폰이 너무 낡아서 스마트폰을 사드렸는데, 사용하기 불편하시다고 해서 집에 그나마 남아있던 예전 피쳐폰으로 다시 바꿔드렸어요. 당신께서는 문자도 거의 안하고 전화만 하시는데 요즘 나오는 별천지 물건은 못 쓰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80대 노모에 스마트폰을 사드렸다가 다시 옛날 피쳐폰을 구해다드렸다는 김모씨(60)의 하소연이다. 음성통화와 문자 정도만 되는 예전 피쳐폰은 현재 어느 대리점을 가더라도 쉽게 구할 수 없다. 한때 범람했던 '효도폰(피쳐폰)'은 시중에서 자취를 감춘 오래다. 심지어 피쳐폰처럼 생긴 '폴더형 스마트폰'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피쳐폰' 멸종위기 왜?…2G 서비스 중단으로 결정타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구형 피쳐폰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는 극히 제한돼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수준이고, 중고거래 혹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야만 피쳐폰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 피쳐폰을 쓰려는 어르신들이 피쳐폰을 구하려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피쳐폰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이미 주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피쳐폰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국내 휴대폰 브랜드 가치 1위였던 '애니콜'로 대표됐던 피쳐폰 사업을 국내외에서 모두 접은 상태다.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던 애니콜 제품은 2010년대 초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함께 피쳐폰 전성기를 이끌었던 LG전자(싸이언)는 단말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스카이' 브랜드로 유명했던 팬택도 모든 피쳐폰 사업을 접고 스마트폰 사업으로 노선을 완전히 바꿨다.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에서 고객들이 부모님께 선물할 효도폰을 구매하고 있다. mania@newsis.com 2008.05.07.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에서 고객들이 부모님께 선물할 효도폰을 구매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08.05.07.

 이동통신망의 세대 교체도 피쳐폰 멸종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30일을 기점으로 모든 통신사에서 2G 서비스가 종료됐고, 해외 주요국에도 비슷한 시기부터 2G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피쳐폰 중에서도 2G 뿐만 아니라 3G, 심지어 4G 서비스까지 가능한 제품이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피쳐폰=2G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대비 수익률이 좋지도 않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좋지 않은 피쳐폰을 굳이 만들 이유가 없다.

'폴더형 스마트폰'도 역사 속으로…어르신 전용폰 없을까

단말기 제조사들이 피쳐폰 사업에서는 손을 떼긴 했지만 피쳐폰처럼 쓸 수 있는 '폴더형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더', LG전자의 'LG 스마트 폴더' 등이 대표적이다. 폴더형 스마트폰은 피쳐폰의 키패드,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 기능을 모두 지원하고 카카오톡 등 기본 메신저 앱까지 깔려있다. 피쳐폰과 같은 형태기에 내구성도 일반 스마트폰보다 뛰어난 편이라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폴더2' 블랙 색상.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폴더2' 블랙 색상. (사진=삼성전자 제공)

폴더형 스마트폰은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기기 스펙에 비교적 덜 민감한 고령층에게는 '익숙한 형태'라는 게 큰 매력으로 작용해 스마트폰 시대 이후에도 효도폰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같은 폴더형 스마트폰도 피쳐폰과 같이 멸종 위기다.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제품은 이미 생산을 멈췄고,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폴더를 더 이상 만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용되고 있는 갤럭시 폴더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중단돼 시간이 지날 수록 활용도가 떨어질 예정이다. 갤럭시 폴더의 OS(운영체제)는 5~6년 전 일반 스마트폰에 적용됐던 '안드로이드 마시멜로' 버전이다. 해당 OS에서는 최신 앱과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큰데, 심지어 국민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의 업데이트 지원도 중단돼 사실상 피쳐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휴대전화 단말기는 현실적으로 스마트폰 뿐이다.

물론 스마트폰 초창기와 비교해보면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크게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한국갤럽의 '2012~2022 스마트폰 사용률'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 13%에 머물던 60대 이상 연령층 스마트폰 사용률은 올해 6월 90%로 훌쩍 뛰었다. 70대 이상도 81%나 된다. 그러나 대안이 없어 제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심지어는 70대 이상 여성 가운데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31%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 강의 등을 진행하며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속성이나 규모의 문제에서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보 소외계층을 위해 기능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대안 휴대전화 기기가 보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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