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기어" 진행 유명님 제이미 클락슨 칼럼에서
벌거벗은 메건이 거리에서 욕먹는 장면 묘사로
그의 딸과 의원 60명 등 각계에서 비난 봇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영국 TV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18일자(현지시간) 대중지 선에 실은 칼럼에서 왕자비 메간의 누드를 상상함으로써 수많은 대중 앞에서 욕을 보이자 영국에서 그를 처벌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클락슨은 물론 선 소유주이자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영국에선 클락슨의 이름 앞에 “용서받지 못할(vile)”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선은 칼럼을 삭제했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면서 의회까지 나섰다.
찰스 3세 국왕의 카밀라 왕비도 논란에 끌려 들어갔다. 칼럼이 실리기 며칠 전 클락슨을 궁으로 초대해 점심을 대접했기 때문이다. 메간을 적대시하는 다른 인물 피어스 모건과 함께였다.
클락슨은 칼럼에서 “밤에 나는 이를 갈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벌거벗은 메간이 전 영국 거리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똥을 던지며 ‘부끄러운줄 알라?’고 외치고 있다”며 “내 연배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고 썼다. 자신은 메간을 “세포 하나하나 다 증오한다”고도 했다.
또 메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 제1장관 니콜라 스터전, 20년 동안 남편과 소년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로즈 웨스트같다고 했다.
클락슨의 칼럼을 선은 “해리와 메간”이라는 넷플릭스 6부작에 출연한 해리 왕자 부부를 비난해온 대중지 중 하나다.
자동차 성능을 비교하는 “톱 기어(Rop Gear)”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클락슨에 대해 비판자들은 그가 칼럼에서 보인 심야 망상이 여성 혐오적이며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케이트 리차드슨-월시는 메간이 “제레미 클락슨 머리 속에 세도 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잠을 쉽게 잘 수 있었다. 쓸모 없는 늙은 백인 가부장주의자는 사악하다. 모두 불태워버려라”라고 썼다.
작가인 클락슨의 딸 에밀리 클락슨도 인스타그램에 아버지가 쓴 “모든 내용에 반대한다”며 아버지의 글이 “온라인 증오”라고 썼다.
19일 클락슨이 성의 없는 사과글을 올렸다. “제기랄, 실수하지 말았어야 했다. 메간에 대한 칼럼에서 어리석게 왕좌의 게임 장면을 끌어와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큰 소란을 일으켜 걱정이 크며 앞으로는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클락슨이 언급한 왕좌의 게임 대목은 가장 잔혹한 장면 중 하나다. 속죄를 강요당한 세르세이 라니스터가 머리를 깎고 벌거벗은 채 거리에 나서자 군중들이 욕하며 오물을 던지는 장면이다.
게임쇼 진행자 클락슨은 영국 최고 유명인 중 한 사람으로 BBC와 ITV의 정치 대담 프로에도 출연한다. 트위터 팔로워가 800만 명에 달한다.
영국 의원 60명 이상이 선지의 편집장 빅토리아 뉴튼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메간이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당해 경찰이 나서야 했다”며 클락슨의 “증오로 가득한” 글도 책임이 있다고 썼다.
과도한 메간 비난으로 ITV “굿모닝 브리튼” 진행자에서 밀려난 피어스 모건이 클락슨을 옹호했다. 모건은 20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우리 왕실 가족을 거짓말쟁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제이미 클락슨에 대한 분노와 같은 분노가 있기를 바란다”고 트윗했다.
데일리 텔리그라프의 칼럼니스트 로스 클락은 클락슨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으며 메건이 벌거벗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해리 왕자 부부가 인종차별주의적인 영국이 메건을 미워한다고 주장하는 걸 부추긴” 잘못이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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