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 다니던 주거 취약계층에 직격탄
"가던 목욕탕 문닫아 40분 거리 이동하기도"
일부 지자체, 직접 목욕탕 건립·바우처 제공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한파가 지속되면서 수도관과 계량기 동파가 속출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대중목욕탕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 주거 취약계층에 어려움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13일 오전 5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상수도사업본부에 신고된 동파 건수는 모두 153건이었다.
13일 오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6건에 불과했던 계량기 및 수도관 동파 신고 건수는 다음날 32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후에도 ▲39건 ▲27건 ▲16건 ▲33건 등을 기록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2.4도까지 떨어지면서 서울시가 올겨울 처음으로 수도계량기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동파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주거 취약계층들은 대중목욕탕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네 대중목욕탕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이씨(79)도 "집에 먹는 물만 온수가 나오고 씻는 물은 안 나와서 목욕탕에 의지를 한다"며 "자주 가는 곳이 아직은 영업하는데, 거기도 힘들다고 해서 걱정이다. 문을 닫으면 이 근처로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이씨는 여기까지 오는 데 50분가량 소요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정헌(80)씨는 '원정 목욕'을 간다. 정씨는 "집에서는 샤워하기 힘들어 목욕탕에 가는 날만 제대로 씻는다"며 "집 근처 자주 가던 사우나가 문을 닫아 (탑골공원) 무료 급식소를 들렀다가 근처 (목욕탕을) 이용한다. 집에서 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대중목욕탕은 필수 시설로 인정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 시행될 때도 집합금지 조치에서 제외됐다. 집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 취약계층과 목욕시설이 없어 생활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현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시설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을 지속하는 것과 별개로 감염 우려로 이용객이 크게 줄었고,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려야했다.
서울시 목욕장업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서울시 내 목욕탕은 지난 2019년 947곳에서 지난해 773곳으로 크게 줄었다. 3년여 만에 다섯 곳 중의 한 곳(173개 감소, 18.3%)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집계되지 않는 휴업 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영업을 안 하는 곳은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종로구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10년째 일하는 안주영(63)씨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11월에 영업을 재개했다. 거리두기가 풀렸는데도 (손님이) 늘지 않았고 (손님이 목욕탕에) 오면서도 조심스러워한다. 계속 적자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목욕탕 업주인 이모씨는 "사람들이 목욕탕 가면 무조건 (코로나19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조금만 (확진자) 숫자가 올라간다고 하면 여기 타격이 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있지만 손님은 돌아오지 않고 있어 고민이 깊다. 끝이 보이지 않고 치솟는 물가도 부담이다.
이씨는 "공과금도 자꾸 오른다. 특히 전기세가 많이 올랐다. 최근에 (전기세가) 30~40만원 오른 것 같다. 지난달에 전기세가 한 300만원 나오고 수도세가 130만원 나왔다. 근데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니 요금을 올릴까 하는데, 올리면 또 손님이 주춤하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목욕을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로 보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구립 목욕탕을 운영하거나 목욕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부산 중구는 35억 원을 투입해 목욕탕을 건립했다. 산복도로 일대에 사는 노인의 '원정 목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일대 목욕탕(대청·영주·보수동)은 2000년 이후 32곳이 줄줄이 폐업했다고 한다.
순천시는 올해 초부터 만 8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연 12만원(월 1만원) 상당의 목욕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안산시는 3억9600만원 예산으로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권자 8791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목욕이용권 3매와 이·미용 이용권 2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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