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서 자전거 탄 8살 역주행, 사고 낸 50대 무죄

기사등록 2022/12/18 05:00:00

최종수정 2022/12/18 08:10:27

정차한 SUV뒤에서 갑자기 가로질러 역주행한 자전거

"규정 속도 지키며 전방 주시, 예견·대비할 의무 없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어린이 보호구역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역주행해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를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4일 오후 9시 5분 전남 순천시 연향동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인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몰던 중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8)군을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황색 점멸신호였던 당시 자신의 진행 방향 왼쪽에서 거의 동시 진입한 흰색 SUV 차량이 멈춘 것을 보고 다시 주행했다.

A씨는 주행 중 SUV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횡단보도를 통행한 B군의 자전거를 충격했다.

B군의 자전거는 교차로 중앙에 있는 십자 표시를 기준으로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SUV 왼쪽으로 앞지르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는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전방·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했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2심은 A씨가 역주행한 자전거와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교차로 내 금지사항인 앞지르기·역주행 차량이 있을 것을 예견해 미리 정차하거나 즉시 정차할만한 속도로 운행해야 할 주의 의무가 A씨에게 없다고 봤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앞지르기·역주행해 튀어나올 것까지 예상하거나, 시야에 제한이 있는 구간마다 일시 정지해 어린이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1·2심은 "도로교통공단 사고 분석서 등 증거를 보면, A씨는 자전거와 충돌하기 직전 20~23㎞로 운행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30㎞)를 지켰다. 자전거를 발견하고 일시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은 약 2초가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SUV보다 낮은 자전거를 탄 어린이의 역주행 진입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사고 발생 전까지 교차로 횡단보도를 통행하거나 기다리던 보행자가 없었다. A씨에게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게 일시 정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A씨는 SUV가 정지한 만큼, 왼쪽보다 정면 또는 오른쪽을 더 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심은 "사고가 오후 9시 넘어 발생해 어린이들이 일반적으로 통행하는 시간대로 보기 어려운 점, 검은색 옷을 입은 B군이 검은색 자전거를 타고 반대차선에서 최소 시속 17.1㎞로 교차로에 진입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고 B군을 인지한 직후 제동장치를 조작했더라도 사고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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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서 자전거 탄 8살 역주행, 사고 낸 50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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