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랏빚 1068.8조…GDP 공공부채비율 69%
文정부 이후 재정 크게 악화…국채 1000조 돌파
尹정부 재정준칙, 애초 정기국회 내 법제화 계획
기재위 경제소위서 안건 상정됐지만…논의 못해
내년 경제 둔화시 재정 역할 중요해 법제화 난항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악화된 재정 정상화를 위해 추진 중인 '재정 준칙' 법제화가 올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내년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려 국내 경제도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의 역할도 커지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기획재정부의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앙정부 채무는 1038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올해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를 1037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뛰어넘은 셈이다. 다만 12월 국고채 상환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에 지방정부 빚까지 더한 국가채무는 올해 2차 추경 기준 106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7%다. 국가가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은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공부문 부채를 보면 국가 재정은 더 심각한 상태다. 기재부의 '2021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1427조3000억원으로 2020년(1280조원)과 비교해 150억원 가까이 늘며 역대 최고액을 보였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68.9%에 달한다.
공공부문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합한 액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빚뿐만 아니라 미래 특정 시점에 원금 또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까지 포함한다. 국가가 갖고 있는 실질적인 빚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국가채무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쌓이는 속도가 가팔라졌다.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으나 5년 새 400조원 가량 늘었다. 문 정부가 마지막으로 예산을 편성한 올해는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국가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자 정부는 지난 9월 재정 정상화를 위한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정부는 재정준칙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제화해 바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국회 논의는 답보 상태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소위원회 안건으로 재정준칙 법제화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논의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이미 법정 시한(2일)이 지난 내년도 예산·세법안을 놓고도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재정준칙 논의를 위한 소위가 열릴지 불투명하다.
또 소위를 통과하더라도 전체 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치권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해 재정준칙 법제화는 힘들 거라는 관측이다. 정기국회가 지난 9일 막을 내렸기 때문에 정부가 약속한 시일 내 재정준칙 법제화도 이미 무산된 상태다.
이에 대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 국제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최근 어려운 재정 여건 하에서도, 정부는 재정 준칙 법제화 등 건전재정 기조 확립, 취약계층 지원, 재정비전 2050 수립 등의 재정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재정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과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발전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임시국회에서 법제화가 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재정준칙 도입이 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문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경제 둔화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재정의 구속력을 더하는 재정준칙 도입은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