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경동시장 내 폐극장 실내 그대로 살린 '경동 1960점' 열어
좌석은 계단식…영사기로 만든 CND(순번 표시기)로 주문번호 알려
"스타벅스 가려면 시장 내 여러 가게 지나야…지역 활성화 기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영사기로 만든 CND(순번 표시기)입니다. 자신만의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위해 영사기로 고객들의 이름이나 주문번호가 엔딩크레딧처럼 올라가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위치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에서 열린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이한솔 스타벅스 인테리어팀 파트너는 "가능한 경동극장의 본 모습을 살리고 젊은 층이 좋아할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동 1960점은 17일 문을 여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매장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60년대 경동시장에 지어진 뒤 운영을 중단한 경동극장의 내부를 살려 카페로 만들었다.
상영관 구조를 보존해 양문으로 된 출입구를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정면을 향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계단모양 좌석이 나온다. 이 파트너는 "극장 내부를 활용해 좌석을 계단식으로 만들었다"며 "고객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단을 넓히고 나머지는 대부분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매장은 함께 온 이용객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좌석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동 1960점의 계단식 좌석에선 일행들이 나란히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테이블엔 경동극장 시절 사진을 넣어 카페의 옛 모습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스크린이 있었던 정면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드는 바가 들어섰다. '파트너가 주인공'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바는 집중 조명(스포트라이트)으로 밝혔다. 파트너들은 영사실을 개조해 만든 직원 휴게공간에서 쉴 수 있다.
MZ세대가 기후변화 등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해 바 상판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스타벅스의 텀블러를 활용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목조 골격이 그대로 보이는 천장이다. 이 파트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극장이다 보니 요즘 보기 어려운 목조 천장이 있다"며 "나무 천장을 살리려고 소방 관련된 스프링클러 등을 제외하곤 그대로 보존했다"고 말했다.
카페 외부엔 LG전자와 협업해 볼거리를 마련했다. 1958년에 세워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 로고를 활용해 '금성 전파'라는 공간을 구성했다.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할 때 쓰는 '고치다'라는 표현이 '마음을 고치다' 등 감성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데에 착안했다.
스타벅스가 시장에 카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안쪽에 위치한 경동 1960점으로 가려면 여러 가게를 거쳐야 한다. 가는 길엔 상인들이 팔다 남은 곶감과 고기, 쌀과 함께 중년과 노인들로 구성된 시장 이용객을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을 방문하는 MZ세대를 늘려 지역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이날 지역 상생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연합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와 4자간 상생 협약을 맺었다.
경동 1960점을 이익공유형 매장인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으로 운영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에서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파트너 역시 "MZ세대 고객들은 익숙한 공간인 스타벅스로 오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경동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경동시장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동 1960점에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연 공간을 마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역 예술계 활성화뿐만 아니라 이용객의 시장 체류시간도 높일 수 있다. 파트너들이 커피를 만드는 바 앞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선 이달 기준 매일 2회씩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과 상생 협약을 바탕으로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시장 유관자에게 스타벅스 바리스타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또 상생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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