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4명 국민패널, 尹대통령에 질문하고 답 들어
"법조인 출신이라"…검사 출신 대통령의 경험담
한동훈·이상민에 마이크 넘긴 尹…국정 파트너 내세워
국민패널, 누구를 대표했나…정부 비판 질문 없었다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대통령님께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특별히 덧붙일 게 없는데요(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대통령님이 워낙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는데요(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님이 자세하게 말씀을 하셔서 첨언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각 부처 장관들의 답변은 짠 듯이 "대통령이 잘 설명을 해서"로 시작됐다.
이날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뛰어넘은 150여 분간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국민과의 대화는 오후 4시36분께 종료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 시간 내내 직접 마이크를 붙잡고 시민들의 질문에 상세히 답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첨언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농담할 수준이었다.
30대 청년 '내집마련'·노모 모시는 60대의 '건강보험' 걱정까지
애초에 이날 회의는 각 부처 장관이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설명한 뒤 국민 패널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구성됐으나 갑작스럽게 방향이 틀어졌다.
리허설을 마친 후 "국민을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국민과의 소통'으로 방점을 찍으면서다. 설명 뒤 질문을 받는 게 아닌 패널들의 질문에 윤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답을 하는 형식으로 회의 진행 방식은 180도 달라졌다.
덕분에 더 많은 국민패널에 질문 기회가 돌아갔다. 150분간 질문을 한 국민패널은 총 14명, 질문의 범주는 여성 안전 문제부터 연금개혁까지 아울렀다.
윤 대통령은 90대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환갑의 시민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인가'라고 우려를 표하는 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은 "우리 보험제도를 정의롭게 다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 주민센터에서 복지 업무를 하는 한 시민에는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저도 법조인 출신이라"…검사 출신 대통령의 경험담 이어져
윤 대통령은 1000채가 넘는 집을 갖고 있다가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사건을 언급하며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뉴스를 계속 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법조인 출신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회의도 했다"면서 '세입자 합동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마약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검사 시절에는 검찰과 경찰에서 마약 제조·유통 또 밀수 조직들을 단속했다"면서 "밤잠을 안 자고 휴일도 없이 열심히 해 왔는데 어느 때부터 검찰은 손을 놓고 경찰만 이 업무를 다 부담을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마약 가격이 하락한다는 건 "국가가 단속을 안 했다는 이야기"라며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동훈·이상민에 마이크 넘긴 尹…국정운영 파트너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여성 안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무부 장관께서 이 자리에 계신 분과 국민들께 여성의 불안을 없앨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설명해달라"며 답변을 넘겼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질문받을 때는 별로 긴장을 안 했는데 국민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으니까 참 많이 떨린다"며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행정안전부 장관 나오셨습니까"라고 이상민 장관을 찾으며 "기업 (지방)이전 인센티브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주시죠"라고 답변 기회를 줬다.
국민패널, 누구를 대표하나…尹정부 비판 질문 없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송시영 올바른노동조합위원장은 '강성 노조'의 문제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질문을 던졌다.
한 40대 주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을 거론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많이 안타깝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14명의 시민이 질문에 나섰다면 적어도 한두 명은 정부의 정책에 따끔한 쓴소리를 할 법도 하지 않냐"며 "150분의 회의 동안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30% 국민의 목소리만 들렸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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