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코너로 모는 국제중재, 현대중공업 사례 보니…

기사등록 2022/12/16 09:30:00

대기업 비싼 국제중재 선호 관행

중소기업 비용 부담에 대응 어려워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국제 거래 시 분쟁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국제중재' 제도가 대기업이 국내 규제를 피해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기업이 국제중재를 요청하면 중소기업은 부족한 해외 대응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국제중재란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국제 상거래의 계약 당사자가 분쟁 해결을 위해 중립적 중재인을 선정해 판정받는 절차를 말한다. 1958년 채택된 '뉴욕협약'에 따라 외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이라도 국내에서 똑같은 효력이 인정된다.

국내 기업 간 분쟁이라도 외국 중재재판소를 통해 중재할 수 있다. 다만 대응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일부 대기업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중소 하청업체와 분쟁을 할 때 외국 중재재판소를 통하도록 하면 중소 하청업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중소 협력사인 에너지엔을 상대로 영국 런던 국제중재재판소(ICC)에서 진행 중인 사건도 국제중재의 악용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소 사업을 위해 에너지엔과 기자재 납품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체결 시 ICC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넣었다.

에너지엔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기자재를 납품한 총계약금액이 244억원인데, 350억원(당시 환율 기준) 배상을 요구하더라"며 "이에 응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ICC에 1850만 달러(약 240억원) 규모의 중재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ICC 중재 과정에서 발생할 언어 문제와 막대한 비용 문제로 국내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중재하자고 4차례나 제안했지만, (현대중공업이) 계약상 조항을 이유로 ICC 중재를 강행했다"며 "국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ICC와 국내 중재원의 중재 비용 차이는 상당하다. 1800만 달러(약 234억원)를 기준으로 ICC에 중재를 신청하는 비용은 약 19만 달러(2억5000만원) 정도다. 반면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료는 9900만원으로 IC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재우 대한상사중재원 국내중재팀장은 "중재는 소송과 항소가 이어지는 일반 재판과 달리 신속하게 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국제 중재는 중재 비용 이외 항공권, 숙박료 등 부대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국내 상사중재원을 통하면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해결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대기업은 분쟁 해결 방법으로 국내보다 국제중재를 선호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관행과 대한상사중재원의 낮은 인지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쟁에서 국제중재는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만큼,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에게 공정한 국내 중재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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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2/12/16 09: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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