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광주, 나로부터] ①이태원 교훈...시험대 선 '군중 관리'

기사등록 2022/12/11 06:00:00

최종수정 2022/12/11 06:17:01

이태원 참사 354명 사상, 세월호 이후 최대·최악 참극

광주에서도 대형공연, 전국체전 중 압사 사고 잇따라

대형 판매점·터미널·역·경기장·집회 등 위험요소 상존

전문가들 "촘촘한 인력 배치, 비상차량 동선 등 필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이 통제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으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2.10.3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이 통제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밤 발생한 이번 압사사고로 인한 피해를 30일 오전 9시 기준 사망 151명, 부상 82명으로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2.10.3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안전에게는 휴일을 주지 마세요' '안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Safety is no accident)'

안전을 얘기할 때면 종종 떠오르는 슬로건들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친 급속한 변화 속에서 안전은 늘 우리 사회의 '기본 상수'로 자리잡고 있지만, 대형 참사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참사에 이은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는 '안전도시 광주'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고, 이태원 참사는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제 안전은 시대적 숙제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과업이 됐다. 사무실과 공장, 건설현장, 상업시설에서의 직업안전과 다중이용시설, 가정과 레크리에이션, 여행 과정에서의 공공안전까지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재난 안전시스템에 대한 재정비와 안전계획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역 내 분야별 안전실태를 짚어보고 전문가 고견을 바탕으로 생활속 안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①이태원 교훈...시험대 선 '군중 관리'

2022년 10월29일 밤 10시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인근 좁은 골목길.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인파와 지하철역 1번 출구에서 빠져나온 인파가 뒤엉키면서 158명(외국인 26명 포함)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을 대변하듯 유실물만도 최소 1400여 점에 달했고, 소위 '이태원 블루'를 호소한 심리상담만도 한달새 5000건에 육박했다.

초유의 압사사고는 지역 사회에도 커다란 충격파를 남겼다. 광주·전남 희생자만도 광주 7명, 전남 3명 등 모두 10명에 달했다. 정규직 전환, 첫 승진을 축하하려다 생을 마감한 20대, 미용사를 꿈꾸던 10대도 포함됐다.

군중 사고는 먼 나라, 타 지역 얘기가 아니다. 이태원 사태가 '10·29 참사'로도 기록되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17년 전, 같은 날 비슷한 유형의 '10·29 사건'이 있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연 도중 유명가수를 보려는 학생 수 천명이 한꺼번에 입구 쪽으로 몰려들면서 관람객 1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학생들이 뒤엉키고 넘어지면서 허리에 중상을 입거나 어깨와 팔다리를 다쳤다.

전남 광양에서 열린 모 가요콘서트에서 미숙한 군중관리로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터진 사건이었다.

폐막을 앞두고 단체관람을 무리하게 유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주최측은 개관을 평소보다 1시간 앞당기고 학교별 관람시간을 조정해 인파를 분산시키고 경비요원 170여 명을 배치했지만 '아찔한 사고'는 막지 못했다.

이보다 앞선 1965년 10월에는 전국체전을 관람하기 위해 광주종합경기장(현 무등경기장)에 모여든 시민들이 밀려 넘어지면서 1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피해 규모와 장소만 다를 뿐 두 사례 모두 이태원 참사와 닮은 꼴이다.

군중 쏠림에 따른 돌발상황은 대형 이벤트와 라이브 공연의 가장 큰 위험요소다.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연말연시 광주에서 열리는 대규모 콘서트나 문화 공연만 30여 건에 이른다. 일부 행사는 팬덤층이 두터워 군중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기 스포츠 행사도 안전문제에 있어선 매번 살얼음판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대 AI페퍼스 광주경기 관람표가 30분만에 동이 난 가운데 월드스타 김연경을 보기 위해 특정 장소에서 100여 명의 팬들이 몰려 이동하면서 아찔한 상황까지 우려됐으나, 안전 요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 관객은 "인파가 몰리면서 순간 넘어짐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안전요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 지난달 중순 광주의 한 대형 마트에서 열린 특별할인행사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동식 카트 1200여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지만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판매대에서 손님들이 뒤엉켜 넘어지고 통로에 갇히는 일도 발생했다.

광주시가 지난 한 달 동안 실시한 긴급 안전점검에서도 소화전 앞에 판매대를 설치하거나 방화셔터 아래에 버젓이 매대를 마련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적잖이 적발돼 현장 시정조치를 받았다.

다중이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 상황과 불안한 군중심리가 더해질 경우 끔찍한 참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촘촘한 안전망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더욱 더 요구되고 있다. 시민 안전의식 교육도 절실하다. 터미널, 역, 월드컵경기장, 문화전당 주변, 프로야구장은 물론 연말연시 해넘이·해맞이 명소, 시청 앞 등 군중 집회 장소 등은 잠재적 위험이 상존한 곳들이어서 관계기관의 합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대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송창영 교수는 "안전은 심하고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며 "예상 인파 수,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 각 상황에 맞춘 소방, 경찰, 지자체 공무원 배치와 역할 분담이 빈틈없이 꼼꼼하게 이뤄져야 하고, 특히 소방차와 구급차를 위한 비상차량동선은 반드시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축제분위기로 들뜬 흥분 상태에서 현장지리에도 어두울 경우 누구나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군중피난 시 대피가 불가능하다면 팔을 모아 공간을 만들어 흉부 압박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안전공학그룹(FSEG) 창립멤버인 영국 그리니치대학 에드윈 갈래아 교수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밀화, 관리되지 않는 군중, 인파가 밀려드는 좁은 길은 참사의 재료로, 셋이 합쳐지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재난안전 전문가와 행정가 등으로 시민안전 워킹그룹을 구성해 최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며 "안전사각지대 발굴, 시민행동 계획에 중점을 두고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법과 조례에 근거해 준비된 행사와 축제는 꼼꼼히 챙기고 법과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행사·모임도 안전점검에 철저를 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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