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첫 한국 드라마
"韓배우, 日배우와 근본적으로 열정 달라"
정해인, SF 도전…고경표, 사이코패스 연기
[싱가포르=뉴시스] 최지윤 기자 = '장르물 대가'로 불리는 일본의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한류스타 정해인과 손을 잡았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커넥트'다. 한국 작품 연출은 처음인데, 일본 배우와 다른 특별함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카시 감독은 1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아태지역(APAC)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 간담회에서 "원래 한국작품을 좋아하고 팬"이라며 "사실 한국 작품을 보면서 '일본 배우와 왜 이렇게 다르지?' '뭐가 다른 걸까?' 생각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한국배우는 근본적으로 열정이 다르다고 느꼈다. 정말 정열적이고, 사람이 가진 파워 자체가 달랐다. 연기력은 당연하고, 이를 뛰어넘어 배우로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커넥트는 한국과 작업하는 첫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게 정말 많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도 처음이고, 완전히 먼 세계라고 느낀 디즈니+를 통해 공개해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솔직히 내가 원작 웹툰을 택한 건 아니지만 매력있었다. 프로듀서 등이 내가 원작을 매력있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웹툰으로 작품을 만든 건 처음인데,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타카시 감독은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고경표 매력도 짚었다. "보통 사이코패스는 거의 표정이 없고 냉철하지 않느냐. 지방도 없고 슬림한 모습을 상상할 텐데, 고경표는 살짝 뚱뚱하고 귀여운 느낌을 보여줬다"며 "매일 아침 그가 얼마나 살이 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을 확인했다. 평상 시 웃고 떠들고 재미있게 지냈지만, 카메라가 돌면 완전히 몰입했다. 굉장히 사랑스럽고 소중했다"고 귀띔했다.
고경표는 "그 동안 내가 맡은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새롭게 다가갈 것"이라며 "타카시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다. 촬영하는 내내 에너지를 많이 느꼈고, 배려심이 넘쳤다. 한국에서도 느끼기 힘든 현장이었다. 감독님은 자상하고 포인트도 정확하게 짚어줬다. 감독님으로서 완벽한 이상향에 가까웠다"고 화답했다. "살을 빼지 못해 일말의 죄송함이 있다"며 "그래서 더 몰입하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이 드라마는 커넥트로 불리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종의 이야기다. 커넥트인 '동수'(정해인)는 장기 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 쪽 눈을 빼앗기고, 자신의 눈이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걸 알고 그를 쫓는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고경표는 동수 눈을 갖게 된 '진섭'을, 김혜준은 동수 조력자 '이랑'을 맡는다. 총 6부작이며,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최초로 모든 에피소드를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 돼 주목을 받았다. 타카시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을 많이 썼지만 인간 이야기"라며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약한가?' '다른 사람과 차이가 무엇이고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왜 고독해졌고, 고독과 싸워야 했는지?' 등을 고민했다. 액션·추격신 등 스릴러 부분이 전개되지만, 인간 드라마도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정해인은 처음으로 SF 장르에 도전했다. "CG 촬영 분량이 꽤 있었다. '마블 히어로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며 "CG 촬영이 어렵더라.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하는데, 스스로 조금 어색하고 이상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촬영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고 배려가 넘쳐서 어색함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동수에게 처음 느낀 감정은 외로움과 고독"이라며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을 알고 '옳은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했다. 다크 히어로일 수 있는데, 그보다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커넥트가 됐다. 극중에선 눈이 뺏겨 진섭과 커넥트했는데, 촬영장에선 감독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만들고, 같은 것을 원하는구나 싶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언제든지 감독님과 작업할 준비가 돼 있다. 물론 촬영이 끝나서 커넥트가 끊겼을 수는 있다."
정해인은 진섭 역에 고경표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D.P.'(2021)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전작에서 짧게 호흡을 맞췄는데,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며 "추천이라고 하니 거창한데, 한 번 더 긴 호흡으로 연기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즐겁게 찍었다. 대립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촬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