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3차전 대비 위해 코스타리카전서 주전 5명이나 바꿔
16강 진출 가능성도 '뚝'…조 1위는커녕 이젠 1승 2패 걱정할판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방심이 화를 불렀다.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16강 진출 희망을 일찌감치 떠올렸던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덜미를 잡혔다. '도하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2차전에서 후반 36분 키셔 풀레르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이날 일본은 코스타리카를 줄기차게 몰아붙였지만 단 1개의 슈팅을 때린 코스타리카에 골을 내주며 1승 1패가 됐다. 일단 일본은 골득실에서 코스타리카에 앞서 조 2위를 지켰지만 독일전 승리 때까지만 하더라더도 16강 진출은 물론이고 조 1위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던 일본의 부푼 꿈은 거품처럼 꺼져버렸다.
일본은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당시 이라크에 2-2로 비기며 본선 티켓을 한국에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이를 도하의 악몽이라고 부르며 한동안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트라우마는 치유됐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당시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승부차기에서 이긴 뒤 결승전에서 호주까지 꺾고 통산 4번째 트로피를 올리면서 도하의 악몽을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여기에 일본은 카타르에서 독일을 꺾는 대이번을 일으키며 죽음의 조라고 평가받던 E조에서 살아남을 것처럼 보였다. 스페인과 독일 '2강'으로 예상된 E조에서 일본이 독일을 꺾었다는 것은 최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히려 조 1위도 가능하지만 8강전에서 브라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조 2위가 이상적이라는 말까지 했다.
물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의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은 미우라 가즈요시는 언제라도 이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16강 진출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고 일본 스포츠 일간지 닛칸 스포츠 역시 2승 1패로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며 경계했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주전 선수들을 5명이나 바꾸는 모험수를 강행했다. 베스트11을 바꾸는 것은 본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특히 일본처럼 16강 진출을 확신할 수 없는 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선수를 바꾸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럼에도 모리야스 감독은 스페인과 마지막 경기 그리고 16강전 이후를 대비하기라도 한다는 듯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수를 바꿨고 이는 독으로 다가왔다. 코스타리카가 스페인과 첫 경기에서 7실점하며 완패한 것도 모리야스 감독이 방심한 이유였다. 그리고 그 방심은 일본에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다시 한번 '도하의 악몽'이 재현됐다.
물론 일본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뚝 떨어졌다. 마지막 경기가 스페인전이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반면 독일은 스페인전에서 지더라도 코스타리카와 경기가 남아있다. 때에 따라서는 1승 2패를 기록하는 세 팀이 나올 수도 있다.
일본이 스페인전에서 지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16강에 오를 수 있겠지만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7골을 퍼부은 공격력을 생각한다면 일본은 무척이나 힘든 경기를 펼쳐야만 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순간 방심으로 축제를 스스로 망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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