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운송 차질→레미콘→건설현장 도미노 피해
시멘트업계, 화물연대 총파업 첫 날 190억원 손실
건설업계 "파업 이번 주 넘기면 공기 지연 불가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국의 현장 중 절반 가량 레미콘 타설이 중단 돼 다른 공정을 앞당겨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이틀째인 25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다음 주부터 일부 현장은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지금은 파업 이후에 레미콘 물량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레미콘 출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건설 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건축 공정 중 골조 공사에 사용되는 핵심 재료인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다른 공정을 앞당겨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혹한기를 앞두고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하는 건설 현장은 초비상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 만에 재현되면서 시멘트-레미콘-건설현장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재 수습이 원활하지 못하면 공사 현장이 멈추고, 결국 입주 지연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미리 발주해 놓은 자재들이 있어 다른 공정의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이번 주말을 넘기고 다음 주에 예정된 타설이 안 되면 다음 공정도 밀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시멘트·레미콘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재고를 쌓을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다음 주에는 소성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소성로를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최소 5일 이상 걸린다"며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소성로를 멈춰야 하고, 파업이 끝나더라도 제품을 바로 생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시멘트 운송은 주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이용한다.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이 올해 파업에도 동참하면서 시멘트 원자재 및 제품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체 화물 노동자 약 42만명 가운데 화물연대 가입 비중은 2만5000명이지만,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 비중이 높아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CT 차량은 국내에 2700여대가 운행 중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화물연대 총파업 1일차인 지난 24일 약 19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25일 밝혔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일일 시멘트 수요는 성수기 기준으로 약 20만t인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1만t에도 미치지 못했다. 협회에는 이에 따라 약 1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육송을 통한 출하가 거의 중단되자 철도와 선박운송을 통해 각 철도역과 항만에 위치한 유통(출하)기지에 최대한 시멘트를 수송해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운송거부와 상관없이 시멘트 생산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레미콘 업계는 파업이 이번 주말을 넘길까 우려하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를 미리 받아놓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치 물량만 받는다"며 "오늘까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이르면 내일부터 시멘트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