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약 대응 범부처간사 식약처에 임시조직 둬
윤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 절실”…역할 확대 전망
강선우 국회 보건복지위원 “오히려 확대 편성해야”
폐지 시 의약국장이 제약바이오·마약정책 상반 업무
행안부, "민간위원과 평가 통해 12월말께 결정 예정"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포하면서 주무 부처 내에 관련 조직이 정식으로 출범하고 기능도 확대돼 청정국 지위 회복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마약류 안전관리 범정부 협의체인 마약류대책협의회의 간사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의 존폐 여부가 내달 결정된다.
현행 마약안전기획관은 임시마약류 지정 및 유통단속,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관리, 각 부처 간 정보·현안 공유, 범정부 대책 수립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산하 기구로서 마약류 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2019년 5월 임시 조직 형태로 신설됐다.
매년 평가를 통해 연장하는 수순을 밟아왔으나, 내달에는 행정안전부 평가에 따라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관련 부처 및 업계에서는 마약안전기획관 조직을 정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에는 ‘작은 정부’ 기조에 따라 폐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마약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데다, 윤 대통령이 ‘전사회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고 발언하면서 역할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통해 마약 문제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년층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것을 두고 “미래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틀 뒤 26일에는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마약류대책협의회를 구성, 마약류 관리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4일 “마약류안전기획관이 폐지될 경우 마약안전관리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고 전문성·신속성 저하 우려 및 업무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며 “식약처도 정부 조직 담당 부처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정기 직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안전기획관 조직 신설 전 식약처는 범부처 마약류 안전관리 전담 조직 부재로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2018년 구축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활용도 적었으며, 신종마약 증가에 따른 대응력도 미비했다.
그러나 마약안전기획관 조직 신설 이후에는 범부처 마약류 안전관리 정책·관리 총괄·조정 기능이 강화됐다. 또 빅데이터 분석 역량뿐 아니라 시스템을 활용해 마약류가 적정으로 처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수사를 지원하는 등 영역이 확대됐다. 실제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약5억5000만건의 빅데이터를 통한 마약 단속 적발률은 2019년 38.9% 였으나 올해는 68.2%까지 향상됐다.
이에 마약안전기획관이 폐지될 경우 다시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현재 의약품안전국장 통솔범위는 의약품분야 6개 부서로, 마약안전기획관 소속 2개 부서까지 통솔하게 되면 전문성·신속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또 마약의 경우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맞춤형 정책을 적기에 수립하고 추진해야 함에도 업무 과다로 동력이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의약품은 약사법, 마약류는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업무 성격상 다소 이질적이다. 국가적 미래먹거리로 규정된 제약바이오와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마약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위원(민주당)은 “최근 국내 마약 유통이 급증하고 있는데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마약안전기획관이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마약안전기획관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약안전 컨트롤타워로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마약안전기획관이 정기 직제화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마약정책과·마약관리과 2개의 부서에서 마약중독 재활 지원을 담당하는 ‘마약유통재활과’와 정보 분석 및 수립·조정,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마약정보과’를 신설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마약의 경우 재범률이 36.6%에 달해 재활 및 교육 등이 필요한데다 신종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는 등 국제정보가 중요한 만큼 관련 업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관계자는 “행안부뿐 아니라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외부 평가를 통해 정규직제를 결정하게 된다”며 “실적 등 평가를 통해 존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각 조직에서 주장하는 필요성이나 당위성 등이 모두 논의될 예정이며 결과는 12월 말께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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