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입시경쟁에 내몰린 10대 소녀들…'올리앤더'

기사등록 2022/11/24 11:50:16

[서울=뉴시스] '올리앤더'. (사진=한겨레출판사 제공) 2022.1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올리앤더'. (사진=한겨레출판사 제공) 2022.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엄마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다가는 큰일난다고 했다. 튜터에게 도움받는 데 익숙해져 의대 가서 못 버티는 애가 많다고."

서수진 장편소설 '올리앤더'(한겨레출판사)는 치열한 입시경쟁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10대들의 이야기다. 2020년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세 명의 인물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한국의 입시 시스템에서 쫓기다시피 호주로 유학온 '해솔',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한국인 이민자 1.5세대 '클로이', 클로이네 건너편 집에 살고 있는 한인 2세 문제아 '엘리'. 꽃다운 열일곱 살인 세 인물은 각자의 삶에서 분투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대치동에 살던 열혈 중3 해솔은 재혼하는 엄마로부터 버려지다시피 호주 유학을 권유받는다. 한국인 홈스테이 집에서 하이스쿨을 다니게 된 해솔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한국처럼 죽기 살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학교 내 인종차별도 그렇다. 해솔은 마음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유학 생활을 견디려 한다.

해솔이 머무는 홈스테이 집 딸은 모범생 클로이다. 엄마의 꿈대로 어려서부터 오로지 의대만을 목표로 공부해왔다. 하지만 어느날 홈스테이로 온 해솔에게 1등 자리를 빼앗기는 듯하자 각성제까지 먹으며 공부에 집착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공부 잘하고 순종적인 딸이 되고자 하나, 진짜 자신이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반면 엘리는 공부에 손을 놓았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백인 아이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하고 마약을 한다. 생계에 여념 없는 부모의 방치 아래 혼자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했던 엘리는 현실을 등지고 환각인지 모를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지 못한 채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지친다. 시드니에 거주 중인 작가는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호주 조기 유학의 실상과 입시 시스템,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짚었다.

"클로이는 멍하니 해솔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한창 보고 있는 드라마를 떠올렸다. 드라마에서는 시드니 도심에 가야 볼 수 있을 크기의 건물이 학원이었다. 그 건물 옆도, 그 옆도 모두 학원 건물이었다. 깜깜한 밤까지 학원의 불빛이 환했고, 건물들 앞에는 학원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고등학생들은 한밤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집에서도 자신을 감금한 채 공부를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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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입시경쟁에 내몰린 10대 소녀들…'올리앤더'

기사등록 2022/11/24 11:50:1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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