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본관 철거비 심사 앞두고 민주당 시의원 '셈법 복잡'

기사등록 2022/11/23 07:00:00

당내 반발 기류 곤혹…삭감 땐 민심 악화

'답 뻔한' 문화재청 의존, 비판 시선 형성

찬·반 의견 대립은 문화재 등록 제외대상

본관 주변 주민·상인, 철거 주장 단체행동

[청주=뉴시스] 윗 사진은 청주시청 본관동. 왼쪽부터 청주시청 옥탑, 1층 로비 천장, 외부 난간.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일본 후지산 기념품, 욱일기, 가가와현 청사. (사진=청주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윗 사진은 청주시청 본관동. 왼쪽부터 청주시청 옥탑, 1층 로비 천장, 외부 난간.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일본 후지산 기념품, 욱일기, 가가와현 청사. (사진=청주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예산 심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예산을 통과시키자니 철거 반대에 대한 당내 기류가 곤혹스럽고, 예산을 삭감하자니 철거 여론이 부담 거리다.

여·야 동수를 이루고 있는 청주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본관 철거 예산은 물거품이 된다. 야당발(發) 찬성표가 한 표라도 나오면 문화재 논쟁에 휘말린 본관은 철거 수순에 돌입한다.

시청 본관동 철거는 국민의힘 이범석 시장의 최대 공약이다.

본관 철거 키, 청주시의회가 쥐다

23일 청주시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된 시청 본관동 철거비 17억4200만원이 다음 달 청주시의회 심사대에 오른다.

12월12일 도시건설위원회 예비심사와 15일~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2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현재로선 도시건설위원회 삭감 후 예결위 부활이 점쳐진다. 도시건설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1석, 예결위는 국민의힘 1석씩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예산에서 본관동 철거비용을 뺀 수정동의안을 본회의에 부치면 여·야 표 대결에 돌입한다.

국민의힘 21석, 더불어민주당 21석 동수인 탓에 본예산 수정동의안과 예결위 통과안 모두 가·부 동표로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은 수정동의안을 전원 반대, 더불어민주당은 예결위 통과안을 전원 반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자치법상 가·부 동표가 나오면 해당 안건은 부결 처리된다. 2건의 예산안 부결에 따라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발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책임 소재가 명확한 기명 투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부담 요소다.

올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장 선출이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안을 제외하고 모두 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바람에 소신 투표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본관 철거 반대가 당론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본관 철거를 비판하는 충북도당 성명이 나와 사실상 개인 행동도 막힌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효율적 측면을 볼 때는 본관 철거가 맞다"면서도 "다선 의원이나 도당 의견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철거 의견을 낼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청주=뉴시스]청주시청 본관동.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청주시청 본관동.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문화재청 판단이 절대적 기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내세우는 '문화재청 가치 판단'에 대한 여론도 곱지 않은 편이다.

문화재청이 시청 본관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 평가를 내려 존치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제안인데, 문화재를 보존하는 관청 특성상 돌아올 답은 뻔하다.

문화재청은 이미 2015년 근현대 공공행정시설 문화재 등록 검토대상으로 전국 15개 청사를 선정한 뒤 청주시청 본관에 대한 문화재 등록신청 구비서류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2017년에도 문화재 등록 절차 이행 등 보존방안 강구에 대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2018년 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청 담당자와 문화재 위원이 "청주시가 본관 철거를 결정하면 문화재로 직권등록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만장일치로 존치 결정됐다. 회의 참여자 사이에서는 문화재청 압박에 따라 존치 결정을 내렸다는 의견도 뒤늦게 나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국가등록에 관한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지침은 ▲외래 양식을 모방했거나 진위가 불명확한 경우 ▲보수·복원·정비 등으로 본래의 문화재적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경우 ▲문화재적 가치가 있더라도 문화재 등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를 국가등록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주시청 본관은 이 조건에 모두 해당한다.

본관이 청주를 상징하는 주성(舟城)을 본떴다고 하나 설계자인 고 강명구 건축사의 직접적 언급이 확인되지 않았다. 도리어 옥탑은 후지산, 1층 로비 천장은 욱일기, 난간은 일본 전통양식을 모방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1층 로비 천장 문양은 구조 부재를 제외하고 16가닥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태양 광선 형태의 욱일기 가지 개수와 같다.

일본 와세다대학 부속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설계자가 일본 양식을 모방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최소한 진위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포함된다는 평가다.

보수·복원·정비로 인한 가치 훼손도 명확하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3가의 시청 본관동은 1965년 연면적 2001.9㎡ 규모의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됐다.

3층 옥탑은 4층으로 부자연스럽게 이동됐고, 건물 내부는 수차례 개·보수돼 원형을 잃었다. 심지어 건물 내부에는 비데와 스마트 도어 같은 현대식 시설도 생겨났다.
[청주=뉴시스] 청주시청 본관을 존치를 토대로 한 설계안. 본관이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건물 배치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청주시 제공)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 청주시청 본관을 존치를 토대로 한 설계안. 본관이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건물 배치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청주시 제공)  [email protected]

17명 존치 결정, 사회적 합의 맞나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들의 요구대로 문화재청이 문화재적 가치를 다시 내린다해도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가 또다시 문제된다.

국민의힘 소속 이범석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본관 철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후보도 문화재청 재협의를 통한 본관 철거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8년 존치 결정 당시 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에 특정 성향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포함된 점도 사회적 합의라 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김영근 의원은 최근 시정질문을 통해 "민선 8기 시청사건립TF팀에는 도시공학과 교수 1명과 건축사 3명만 포함됐을 뿐 문화재·역사·건축·도시계획·도시행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빠져있다"고 지적했지만, 2018년 존치를 결정한 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에도 문화재 전문가는 없었다.

당시 위원회에는 녹색청주협의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청주경실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시민재단,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충북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주민자치협의회, 중앙동 도시재생추진협의회가 참여했다.

대학 교수 4명도 존치에 동의했는데, 사학과 교수 없이 행정학과·경제학과·도시계획부동산학과·건축학과 교수가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1명이 본관 존치를 동의했다.

올해 7월 부임한 이범석 시장은 "당시 위원회에 참여한 17명이 문화재청 관계자의 직권등록 언급에 따라 더 이상의 논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 만장일치로 존치 결정을 내렸다"며 "이를 사회적 합의라 보기 어렵다"고 해당 결정을 번복했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A~E등급 중 D등급을 받은 점도 철거 결정의 배경이 됐다. 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선 보수·보강비 34억원과 매년 유지관리비 5억4000만원을 들여야 한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상 사용 연한에도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수명이 50년 안팎인 탓에 궁극적으로는 붕괴 위험에 내몰린다. 문화재 가치를 떠나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문화재청이 2015년 선정한 근현대 공공행정시설 문화재 등록 검토대상 15곳 중 전북도청과 춘천시청, 부산 동래구청은 철거됐다. 울진 기성면사무소, 대전 중구청은 철거를 전제로 한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상태다.

문화재청이 직권 등록과 가치 판단 조사를 언급한 곳은 청주시청 본관이 유일하다. 형평성을 잃은 문화재청의 입장이 자치권을 넘어선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원도심 주민도 철거론 가세

시청 본관을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한 원도심 주민과 상인들도 본관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의 본관 존치론은 많았으나 철거를 원하는 주민 단체의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주시 중앙동·성안동 주민과 상인으로 구성된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은 지난 22일 시청 기자회견을 통해 "시청 본관동 존치 주장은 문화재 가치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문화재청의 무책임한 권고에서 시작됐다"며 "청주시는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본관동을 즉시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본관 철거에 동의하는 시민서명부(3028명)를 청주시에 전달한 뒤 2차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남주동·남문로 가로구역정비사업조합 측도 이날 "청주시청 구청사가 문화재면 우리집도 문화재다", "일본 건축양식이 문화재면 우리도 일본인인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관 철거에 힘을 실었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가치에 대한 시민 의견이 나뉘어 있다는 점만 놓고 봐도 문화재 등록 제외대상에 해당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본관 존치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시의원은 자당 소속 시장 공약에 협조할 것이 분명하기에 시청 본관 철거의 운명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소신 있는 예산 심사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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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청 본관 철거비 심사 앞두고 민주당 시의원 '셈법 복잡'

기사등록 2022/11/23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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