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링엄·사카 등 2000년대 선수, 월드컵 본선 데뷔전 데뷔골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전술 부재 속 잉글랜드에 6실점 굴욕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영건'으로 뽑은 주드 벨링엄(19·보루시아 도르트문트)과 부카요 사카(21·아스날)가 두려움 없는 '앙팡테리블'의 모습을 보여주며 월드컵 본선 데뷔전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들은 데뷔전에서 3골을 합작하며 이란에 6실점 굴욕을 안겼다.
반면 이란을 이끌고 2014년, 2018년에 이어 3연속 월드컵 본선을 지휘하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채 이란의 월드컵 사상 첫 6실점 및 4골차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월드컵 본선이 별건가, 소속팀서 하던대로 했더니 3골
그러나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 일반 A매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은 어린 선수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사카는 해리 케인, 라힘 스털링과 최전방 스리톱으로 나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멀티골까지 터뜨렸다.
사카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떨궈준 공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며 이란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17분에도 사카는 스털링의 어시스트를 받아 멀티골을 완성시켰고 후반 26분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교체되어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2003년생의 벨링엄 역시 A매치 데뷔골을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완성했다. 지난 2020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며 잉글랜드 대표팀의 유일한 '해외파'가 된 벨링엄은 데클란 라이스(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더블 볼란치를 맡으며 맹활약했다. 또 전반 35분에는 루크 쇼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이날 잉글랜드 6골 폭죽의 신호탄을 쐈다.
잉글랜드 대표팀 26명 선수 가운데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는 이들 말고도 코너 갤러거(22·첼시)도 있다. 갤러거는 A매치 4경기 경험밖에 없어 주전으로 뛰기는 힘든 자원이긴 하다. 하지만 일찌감치 16강 및 조 1위를 결정짓는다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삼총사가 맹활약해준다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56년만의 결승 진출과 우승이라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골키퍼 부상에 우왕좌왕, 케이로스 감독 효과 실종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가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카이세리스포르)와 충돌, 뇌진탕 증세를 보인 이후 골키퍼를 교체할 것인지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란반드가 괜찮다고 해도 선수의 보호를 위해 준비시켰던 호세인 호세이니(에스테그랄)와 빨리 교체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베이란반드는 스스로 뛰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도 불과 1분 뒤 교체 사인을 내며 그라운드에 누워버렸다. 이 과정에서 이란 벤치는 혼돈스럽기만 했다.
이런 사인은 이란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베이란반드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이란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일깨워주기를 기대했겠지만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후 이란의 수비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잉글랜드의 공격수 누구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늪 축구'로 일컬어지는 이란의 수비 전술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힘을 잃었다. 이란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6실점 및 4골차 패배를 굴욕을 안고 말았다.
케이로스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오는 25일 웨일스전, 30일 미국전을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2승 1패로 승점 6만 확보하면 16강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이란이 과연 2연승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기적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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