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속도 조절론...한은 다음주 0.25%p 인상 나서나

기사등록 2022/11/16 14:24:51

미 물가 시장 전망치 하회

환율 고점대비 120원 가량 하락

이창용 "인상속도 빨라…금융안정 유지 중요"

서영경 "현재는 대내 금융안정에 더 신경써야"

전문가들 "베이비 스텝 가능성 높아"

한은 최종 금리 3.25% 전망도 대두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10.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10.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공행진을 하던 원·달러 환율도 1320원대로 내려서는 등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다음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한은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20원 선 부근에서 등락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기록한 고점(1444.2원) 대비 120원 가량 하락했다. 최근 환율 급락은 미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7%로 시장 전망치(7.9%)를 하회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15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5.4%로,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14.6%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빅스텝의 주요 근거가 됐던 환율이 큰 폭 하락하고 물가도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어지면서 한은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한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융 안정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에 비해 환율이 안정된 것은 좋은 뉴스"라며 "미 통화정책 변화가 있으면 (우리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회사에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stress)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문제에 우려하고 있으며, 물가 안정시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파 성향의 서영경 금통위원도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금융학회' 공동주최 정책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는데 그 당시 대외 금융안정에 유의를 했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좀 더 대내 금융안정(금리)을 고려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 축소를 통한 물가와 환율 안정에 신경을 썼다면 앞으로는 국내 금융안정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11월 베이비스텝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위원은 이날 포럼 발제자로 나서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축 기조를 지속하고,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돼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경우 긴축 기조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한미 금리차 역전 폭이 어느 정도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미 연준의 긴축 행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대로 미 연준의 최종 정책금리가 5%대가 될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번달과 내년 1월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최종 금리가 3.5%가 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환율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하회 하는 7%대로 떨어지면서 미 연준의 속도조절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속도조절 기대가 강화되고 있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할 때 한은도 이번 달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 0.5%포인트 인상 배경 중에는 원화 약세에 의한 국내 물가 추가 상승 우려가 있었는데 현재 강 달러 압력이 약화되고, 원화 가치 반등으로 10월에 가졌던 고민은 줄어들 게 됐다"며 "이는 11월 금통위에서 연속적인 0.5%포인트 인상 대응 명분을 낮추는 요인인 만큼 이번달 인상폭은 0.25%포인트 인상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등도 한은이 다음주 베이비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최종금리를 3.25%로 내다봤다. 이번 달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무라 증권과 씨티도 이번달 '베이비 스텝'을 유력하게 점쳤다. 박정우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창용 총재가 국내 신용시장 스트레스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을 통화정책에 우선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한은이 올해 11월과 내년 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한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최종금리가 3.5%일 확률은 60%, 3.25%일 확률은 40%"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4일과 내년 1월 두 차례 금통위에서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거나, 두 차례 중 한번만 베이비 스텝을 밟은 뒤 금리인상을 종료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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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속도 조절론...한은 다음주 0.25%p 인상 나서나

기사등록 2022/11/16 14:24:5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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