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경찰서 정보과 PC서 사고 뒤 원본 파일 삭제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작성됐던 안전 대책 보고서가 참사 후 삭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보고서 원본 파일이 담당자 컴퓨터에서 삭제되고, 작성자를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전날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서울경찰청 당시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서 정보과장·계장 등 총 6명을 입건했다.
이중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관련 참고인 조사를 통해 정보 보고서 작성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보고서 한글파일이 삭제된 사실과 회유 정황을 파악했다"며 "삭제 경위 등은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참사 전인 지난달 29일 '핼러윈 축제 기간 안전사고 우려' 정보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참사 뒤 보고서가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보고서는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내용으로, 정보과에서 만들었지만 서울경찰청 등 상부로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정보과 PC에 남아있던 해당 보고서 원본 파일이 사고 뒤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보고서 작성자에 대한 회유 정황도 포착됐다. 참고인 조사에서 특정 문구를 빼라는 요구는 없었지만, 보고서를 쓰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회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거로 하자고 한 것으로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한글파일을 삭제한 후에 파일이 없으니까 작업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회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경찰청 첩보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됐을 수 있다는 의혹과 달리 초기 보고서에는 인파 관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변인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보고서 작성자가 작성한 내용이 그대로 첩보관리시스템에 입력됐다"며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정보)과장으로부터 특정 문구를 빼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보과장과 계장에 대한 신병확보 여부에 대해선 "관련 조사가 진행된 후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특수본은 국회에 제출된 상황보고서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등에 차이가 있어 일부 허위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김 대변인은 "해당 보고서 작성자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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