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경찰 셀프수사'에 '검수완박 개정' 목소리 나오지만...

기사등록 2022/11/07 17:39:00

최종수정 2022/11/07 17:43:42

검수완박에...檢, 대형참사 직접수사 못해

정치권 중심으로 '개정론 목소리'도 나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앞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가 놓여 있다. 2022.11.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앞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가 놓여 있다. 2022.1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일명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의 일부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에 경찰의 112 신고 대처 소홀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관련 수사를 경찰이 맡게 돼 '셀프수사' 논란이 일고 있지만,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대형참사 직접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해 법 개정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법조계는 평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결정을 내놓지 않은 상황인만큼 찬·반 진영 모두 향후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7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지난 4~5월 사이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참사를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 범죄에서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이태원역 인근 골목길에 핼러윈을 맞아 일대를 찾은 다수의 시민이 몰리면서 압사로 15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는 대형참사로 분류돼 경찰이 1차적인 수사권을 가진다.

사고 초기에는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모임이라는 점에서 사고 원인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사전 대비 미비 ▲기동대 투입 지연 등 초동 대응 부실 ▲보고 지연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조직이 '수사 기관'이자 '수사 대상'이자 돼 버렸다.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 기능과 외사 기능을 함께 담당하는 부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다수의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가 염려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참사 후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팀을 꾸려 엄정하게 수사·감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경찰이 '제 살 도려내기 수사를 정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도 하고있다. 피의자들이 경찰 고위직이라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 등 3곳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수사관들이 압수품 상자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 2022.11.0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 등 3곳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수사관들이 압수품 상자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 2022.11.02. [email protected]
용산구청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소방당국, 행정안전부 등 안전사고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할 대상이다. 구청 등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밖이다. 죄명도 통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이 거론돼 검사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영장 청구 등을 위해 과거 사례를 분석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 후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전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대형참사는 검찰과 경찰 등이 합동해서 수사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과 해양경찰청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검사 직접수사 대상에서 대형참사가 빠져 합수단을 꾸리지 못했다.

경찰의 범죄는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이고, 직무유기 범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 범죄로 포섭됐다. 그럼에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범죄와 경찰을 제외한 조직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경찰 특수본이 용산서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검찰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과 경찰이 같은 범죄사실을 수사할 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하면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수완박 개정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검찰 내부에 축적된 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수사 노하우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시선도 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외 1993년 서해 훼리호,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 대형참사 범죄는 법정에서 입증이 까다로운 편에 속해 검사가 수사 초기에 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제주지검장이던 지난 4월 언론 칼럼에서 '경찰·노동청과의 초동 협력이 필수적이고, 업무상과실·중대재해법·산업안전보건법을 유기적으로 다뤄야 하는데도 1년여 만에 대형참사를 제외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쪽지들이 붙어있다. 2022.11.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쪽지들이 붙어있다. 2022.11.07. [email protected]
하지만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169석을 보유한 것이 1차적 난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6개월 전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이 잘못됐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형사사법 시스템은 지난 2년 사이에 급속한 변화를 맞이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다시 개정하면 법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헌법재판소에서 2건의 권한쟁의 심판을 심리 중인 것 역시 당장 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헌재의 결론에 따라 법이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법 개정을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검수완박법 개정에 대한 질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해 헌재에 위헌 결정을 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태원 '경찰 셀프수사'에 '검수완박 개정' 목소리 나오지만...

기사등록 2022/11/07 17:39:00 최초수정 2022/11/07 17:43:42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