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11건 가운데 8건에서 '압사', '위험' 언급
현장 출동은 4번에 그쳐…일부 시민만 통제
일선 경찰관 "용산서, 병력 요청…서울청 거부"
기동대 투입 여부는 서울경찰청이 최종 결정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찰이 압사 참사가 발생한 당일 이태원 일대에 예년에 비해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으나, 여러 차례 시민 신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고 있다. 인력이 부족해 거듭된 시민들의 요청에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사 시 활용할 수 있는 경찰 기동대가 투입되지 않은 배경이 주목된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당시 경찰 신고 녹취록을 살펴보면 11건의 신고 가운데 8건에서 신고자가 "압사를 당한 것 같다", "사고가 우려된다", "위험한 상황이다"는 언급이 있었다. 나머지 신고에서도 "통제가 필요하다"며 현장의 심각성이 언급됐다.
경찰은 해당 신고를 출동이 꼭 필요한 '코드제로'와 '코드1'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직전까지 현장 출동은 4번에 그쳤고, 이마저도 일부 시민만 통제하고 돌아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거듭 급박한 신고를 받고도 상황 정리는커녕, 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치안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투입된 병력이 총 137명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34~90명)보다 더 많았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상당수는 마약이나 불법촬영, 성범죄 등을 단속할 인력이었다.
실제 전날 경찰 내부망에는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는 현장 경찰관의 목소리가 올라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이 유사시 투입할 수 있는 기동대를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방역 조치 등을 이유로 기동대 3개 부대가 투입됐지만, 올해는 기동대가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당시 도심 곳곳에 시위에 투입된 기동대는 81개 부대로 이들은 참사가 발생하기 약 1시간 전인 밤 9시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만이라도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투입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당시 집회·시위에 참여했던 기동대의 피로도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교대하는 상황에서 다시 부르기가 녹록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당시 이태원을 관할하던 용산경찰서가 기동대 병력을 요청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거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날 내부망에 글을 올린 경찰관은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 요청을 했으나 기동대 경력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태원 지구촌 축제 때도 질서유지 목적으로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윗선에서 거절했다"고도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 기동대 투입은 집회나 시위 사전에 관할 경찰서에서 요청을 하면 서울경찰청 경비과로 전달된다. 이후 서울경찰청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예정된 집회나 시위가 아닌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 담당 부서가 서울경찰청 상급부서에 요청해 경비과에 요청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기동대 운용은 서울청에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경찰청 자체 판단으로 기동대를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